쿨(cool)~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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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xyz] 쪽지 캡슐

2001-02-21 ㅣ No.2037

+ 재의 수요일이 일주일도 안 남았지요? 이번 사순시기엔 어떤 모습으로 오실지.. 기다려 지네요. 다가온 봄 얘깁니다. 가끔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에 있는 길동 성당엘 갑니다. 뒤쪽으로 가면 나무들이 들어선 사이로 앉을 만한 것들이 놓여 있어서 그곳에서 눈을 반쯤 감고 코앞에 있는 산입구를 멍하니 보며 망중한을 즐긴다든지 책을 좀 읽고 온다든지 하는데 오늘은 수북히 쌓여있는 눈(snow)빛에 눈(eye)이 부셔서 고개를 올리고 계속 뿌연 하늘만 쳐다 봤어요. 물빠진 청바지,얇은 면코트,그 안에 입은 얇은 면티. 이런 옷차림으로 하나도 춥지 않다니. 녹는 눈 사이로 올라오는 훅끈하고 비릿한 흙의 열기는 벌써부터 도착한 봄의 냄새였습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영원한걸까요. 잎피고 꽃피고 열매맺고 시들고 떨어지고 거름이 되어 싹을 틔우고.. 사람이 죽어서 한 줌 거름이 될수 있다는건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만약 비닐이나 고무처럼 몇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공해 덩어리라면 죽는것도 미안할텐데. 이 몸뚱어리가 거대해 보여도 사실 한 움큼의 흙으로밖에 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게 날아갈듯 홀가분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나봐요. .. 우리도 매순간 변하며 잘 살고 있나요.. 혹시 얼굴 까칠해진 연애 막바지의 환자처럼, 누군가를 위해 또는 어떤 일을 위해 이만큼 힘들었다는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초조함으로 현재를 어리석게 끌어 가고 있다면 한번 씨익 웃어준다음 그것으로부터 툭툭 털고 일어나는건 어떨까요. 보는 사람에게도 자신에게도 cool할수 있는 뒷모습을.. 숨쉬고 있을때 많이 유연해져야 겠어요. 굳은살이 베긴 발뒤꿈치처럼 딱딱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열어두고 산다면 언젠가 부드러운 흙,좋은 거름이 되어 봄나무 뿌리가까이에 가 닿을수도 있을거라..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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