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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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07-19 ㅣ No.2239

어느날 밤에 공원에서 산책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산책을 하는데 한 아이가 자전거로 길 한가운데를 막아놓고 낑낑대며 자전거 체인을 손보고 있었습니다. 한 4-5학년쯤 되었을까?

하지만 컴컴한 공원 한구석에서는 빠진 체인을 끼우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아무도 그 아이를 도와줄 생각은 안했습니다. 단지 길을 막고 자전거를 손보고 있는 아이를 얼굴을 찌푸리며 바라보고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안된 마음이 들어 자전거를 들고 가로등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손에 기름을 묻혀가며 체인을 끼웠습니다. "이제 한번 타봐. 제대로 끼워졌는지 보자"하며 그 아이에게 자전거를 타보게 했습니다.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왜 그 아이는 모르는 사람이 베푼 친절에 고맙다고 하지 않을까? 내가 뭔가 느꼈던 이상함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부터 받기만 해서 그런가?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에게는 주는 사람이라고 느낄 뿐일까? 그냥 부끄러워서 표현을 제대로 못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산책을 하다가 그날 복음이 생각났습니다. 안다는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을 거부하고 철부지 어린이들 같은 사람들만 예수님을 따르는 현실속에서 예수님은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리십니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당신을 알려주시는 하느님께 그래서 감사하다고 하시는 것이지요.

 

저역시도 감사하다는 기도를 너무 안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할텐데요. 예수님은 그렇게 많은 기적을 행하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셨는데도 외면받으시고 그러면서도 감사하고 계신데도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키웠으면 합니다. 받는 것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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