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사랑할 가슴만 남겨 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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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을 하고... 학교에 오자마자 책상을 다 뒤집어서 먼지가 묻은 낡은 시집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처음부터 흔들림 없는 모습이 무모한 일이었을까 그래도 믿음직스러워 내 몸으로 너를 한 번 눈물 흐리며 돌아설 때에도 으스러지게 안아 보리라던 꿈이 좌절하지 않았었는데
수없이 부서진 몸 추슬러 이제는 다시 다가서면 너에게 다가갈 힘이 없어 여전히 거절하는 멀리서 하염없이 차가운 너에게 떠밀려 바라보고만 있는데
온 몸이 산산조각으로 언젠가는 네가 내게로 와서 쏟아져 내릴 때에도 뜨겁게 껴안아 주리라는 꿈 그다지 그건 처음부터 절망하지 않았었는데 부질없는 일이었을까
사랑할 가슴만 남겨 주소서. ’파도가 바위에게 1’ 중에서...
입원해 있었을 때... 제 옆에서 정성스럽게 남편을 간호하던 이쁜 아줌마를 보면서...감각적인 외로움을 참지 못해 어설프게 생각 났던 시였습니다.
문득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진정한 나의 존재는 무얼까? 평소 내 모습에 걸맞지 않는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몸이 아프다보니 쉽게 마음이 지친 것 같아...생각을 떨치려고 링겐 한손으로 들고...머리에는 붕대를 칭칭 감은 채...새가슴이 된 가슴을 안고서..병원성당을 찾아 갔습니다.
성당 문 옆에 공책 한 권이 눈에 띄였습니다. 환자들이,...환자가족들이 쓴 글 같았는데...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지금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은나...기억을 더듬으면....
"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 3번이나 쓰러지신 예수님... 저희를 위해 다시 일어나셔서...저희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전 이젠 일어설 수 없습........예수님을 사랑 합니다.... "
암말기 환자가 쓴 글입니다. 그 밖에 많은 안타까운 글들이 써 있었습니다. 이러한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는....한 순간에... 절...어리석은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왜 자꾸 잊어버리고 살까?....바보.바보. 하루 하루가 왜 소중한지 아세요? ....
성당에서.. 새가슴이 된 제 가슴을 두고... "사랑할 가슴만이라도 남겨 주세요"라고 했답니다.
내게서 내 것 아닌 것 다 버리고
내 것이라 여겼던 것마저 모두 내주고
그 다음 텅 빈 그릇 되어
당신으로만 채워지고 싶습니다.
따뜻한 봄 입니다. 너무 행복해요...왜냐구요? 들 추우니깐...^^ 이젠 우리 마음에도 작은 꽃들을 피워줘야 겠지요... 들어오기는 자주 오는데....글 쓰기는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청년들 화이팅...나두! 귀 아픈 신학생이....
p.s 성연야...고맙다...따뜻함을 네 마음 속에서 찾아구나... 저 번주의 건강한 네 웃음 속에...울 같이 갔던 성가대 M.T때가 생각 나드라...그 때 참 많이 먹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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