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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세시 풍속에 드러난 '민간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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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선교분과 [dangin] 쪽지 캡슐

2002-04-24 ㅣ No.7

세시 풍속에 드러난 ’민간신앙’

 

 

 

그동안 양력설에 밀려 ’구정(舊正)’, ’민속의날’등으로 불리며 뒷전에서 푸 대접을 받아오면서도 대 다수 국민들에 의해 고유 명절로 지켜져 왔던 ’설날’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음력으로 설날은 24절기 중 우수(雨水)가 든 달의 첫날이다. 얼음이 풀린다는 우수는 바야흐로 봄 기운이 언땅을 감싸주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설날은 생명이 막 기지개 켜기 시작하는때, 즉 한해 첫달이 시작되는 날이자 봄이 시작되는 날이라 할수 있다. 이 날은 설빔을 차려입고 조상께 차례지내고 집안과 동네 어른께 세배 드리면서 새해를 맞는 자세를 경건히 가다듬는다. 또 이후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한해의 복을 빌고 흉액을 쫓는 각종 세시 풍속이 행해진다. 이 기간동안 세시 풍속이 집중적으로 행해진다는 사실에서 고유 명절중 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드러난다. (민속놀이 350여 가지 중 61%인 211가지, 연중 세시 풍속 189가지 중 101가지가 이 기간에 행해진다.)

 

 

 

설날에 행해지는 풍속으로 첫째, 설날 아침의 차례(茶禮), 안택(安宅), 다리 밟기, 부럼, 달맞이등 가정이나 개인 단위로 이루어지는 행사.

 

둘째, 마을 사람들이 함께 행하는 동제(洞祭), 지신밟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고 싸움 등이 있다. 이들 세시 풍속은 수백, 수 천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전승되어 오는 보편적인 한국의 전통 문화로 우리 민족 생활을 통해 전승되는 자연적 종교 현상 즉 민간 종교라 할 수 있다. 세시풍속을 통해서 그 기저에 깔린 민간신앙을 알아보고 이것이 우리들의 생활에서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하기 위해 일생동안 매년 똑 같은 행사를 되풀이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설날 맞이 세시 풍속

 

설날은 섣달 그믐날 밤의 해시(亥時)가 지나면서 시작된다. 설날이 되기 전날밤에는 ’묵은 세배’를 드리고 아이들은 신을 벗어 방안에 두고 잔다. 이는 설날 밤이면 야광귀(夜光鬼)란 귀신이 아이들의 신발을 신어 보아서 제 발에 맞으면 신고 달아나는데, 신을 잃어버린 아이는 일년내내 불운하고 재앙을 만난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마당에 장대를 세우고 체를 걸어두기도 하는데, 야광귀가 체의 구멍수를 세느라 신을 훔칠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첫 닭이 울면 도망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이날밤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세어 버린다고 해서 아이들은 졸음을 참느라고 애쓰는데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든 아이들의 눈썹에 떡가루를 발라 놀래 주기도 하였다. 이들 모두가 설날을 맞기 위한 풍속인데 대표적인 것으로 세수 (歲守)를 들수 있다. 세수는 일년의 마지막날인 섣달 그믐날 밤에 집안 곳곳에다 불을 밝히고 자지않는 것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묵은 것을 불로 태워 없애 버리고 처음의 새로운 시작으로 되돌아 가기위한 소각(燒却)의 의식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유형 존재로서의 우주를 불로 소각시켜 그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단절시키고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우주의 공간과 시간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이와같은 우주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에 대해 무가(巫歌)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무공간,무시간의 암흑인 혼돈에서 하늘과 땅이 개벽되어 우주가 생겨나고, 이렇게 생겨난 우주안에 해와 달,별,사람,산천초목과 금수가 생겨난 것이라하여 암흑의 혼돈이 우주와 그 우주안에 있는 만물의 근원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섣달 그믐날 밤의 불에 의한 소각 의식은 낡아서 황폐해진 묵은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소거하여 존재 근원인 혼돈 ’카오스’로 되돌아가 여기서 새로운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시작하기 위한 의식이라 할수 있다. 또 불에 의한 소각은 동시에 불에 의해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갖게 되는데 불에 의해 카오스로 되돌아간 이후 어둠의 카오스를 다시 불로 밝혀 새로운 하늘과 땅의 공간을 여는 개벽의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섣달 그믐에서 정월 초하루로 이어지는 세수의 불은 소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끝과 시작, 곧 묵은 한해의 종말과 새해의 개벽을 위한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수에 잠을 자지 않는것도 불에 의한 해의 종말과 개벽에 따르는 순환적 연속성, 즉 묵은해의 종말과 함께 잠들어 단절되지 안고 깨어있는 생동적인 상황에서 새해의 개벽으로 이어가기 위해 잠을 자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정초에 징, 꽹과리, 장구, 북을 치면서 소란스럽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마을 구석 구석을 더듬는 지신 밟기는 온 마을을 완전히 소란한 무질서로 만든다는 ’카오스’와 소란을 부려 잡귀를 몰아낸다는 축귀의 양면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섣달 그믐에서 정초 사이에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차례, 안택, 지신밟기등의 신년제(新年祭)행사도 ’카오스’의 기간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기간동안에는 카오스의 상황이 지속되어 특별히 신께 기원하는 구체적인 제의에 의존하지 않아도 풍요와 건강이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신께 직접 기원하지 않는 다리밟기, 복조리, 부럼, 귀밝이 술등의 세시풍속 행사도 많다.

 

 

 

한국인 심성의 뿌리 민간신앙

 

민간신앙이라는 용어는 민간층에서 전승되는 자연적 신앙이라는 의미의 말로서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정신적 바탕이 되어온 한국의 전통적 종교현상이라 할수 있다. 또 현대에도 민간신앙이 민간층에 살아있는 현재의 기층종교로서 우리들의 정신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날 아침의 차례를 비롯하여 해마다 되풀이되는 각종 세시 풍속이 이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예전에 정초가 되면 아이들이 연에 자기의 생년월일시를 적어 띄운 다음, 연줄을 끊어 바람을 타고 날려보내, 그 해에 자기에게 다가올 나쁜 운이 바람을 타고 연과 함께 사라지므로써 병에 안 걸리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또 정월 대보름이 되면 그 전에 오곡밥을 지어 해가 지기 전에 일찍 먹는데, 이렇게 해야 일년 내내 부지런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뜨기 전에는 누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상대방을 불러 대답을 들은 후 "내 더위"하면 대답을 한 상대에게 더위가 가서 그해 여름에 더웁지도 않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더위 판다’고 한다. 또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면 그해에 귀가 밝아진다는 ’귀밝이술’도 귓병에 대한 중요한 예방책의 하나이다. 이 외에도 많은 신년제의 세시풍속이 있는데 이들 모두는 생존을 위한 풍요와 건강의 획득을 신이나 신성력에게 기원하는 민간 신앙으로서 빈곤을 풍요로, 질병을 건강으로, 그래서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데 그 공통된 목적이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목적의 순환이 신성 쪽인 ’카오스’의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년 정초에 존재의 근원인 신성 쪽으로 되돌아가 여기서 다시 존재를 획득하여 오는 순환 반복을 통해서 영구히 지속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이 우리의 심성 깊숙이

 

자리하고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신앙뿐만 아니라 민속 전반에 걸쳐 뿌리깊게 생활화되어 왔다. 한 마디로 이를 ’한국인의 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 민족의 역사적 삶의 경험들을 통해서 형성된 것으로 한국인의 역사, 종교, 문화를 꽃피우게 했던 정신적, 영적 원천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심층에 존재하는 우리의 얼과 혼은 ’미신’이라고 몰아 부치면서 애써 외면하고 물 건너 서양의 문화를 우리 것인 양 둘러쓰고 문화인 행세를 해 왔다. 이제 우리는 이런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먼저 우리 민족의 역사, 문화, 종교의 전통 속에서 한 민족의 얼, 즉 우리 고유의 심성을 재발견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힘 써야 하겠다.

 

 

 

(이 영대 생활성서 기자의 생활 성서 자료 모음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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