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교리]새 방법으로 종교인구를 조사했죠

인쇄

인터넷선교분과 [dangin] 쪽지 캡슐

2002-04-27 ㅣ No.9

한국인의 신앙 네번째,

 

윤 이흠 교수와 생활 성서 송 향숙 기자의 대담 내용

 

’새 방법으로 종교 인구를 조사했죠’

 

 

 

1. 우리 나라의 많은 종교들은 제각기 자기 종교를 중심으로 종교에 대한 정의를 내려 타종교는 이단이나 사이비 혹은 종교가 아니라고까지 단정하기도 한다. 종교학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종교’라고 합니까?

 

"종교란 ’궁극적 삶의 방법’이고 ’궁극적 종합 가치체계’이다. 그래서 지식, 실천, 집단생활(조직)의 세 측면에서 삶에 대한 전체해석과 합친대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종교이다. 종교는 우선 교리, 신화등의 지식 혹은 사상체계로 나타나고, 그 대표적 행위가 예배이다. 또, 사회적 형태 즉 집단 생활이 제시되는데 형제애,인간애,인간관계등이 모두 그것에 해당되고, 이 세차원을 다 합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종교밖에 없다. 철학은 궁극적 삶을 이야기하나 지식의 차원에 머물고, 만일 철학에 의해 어떤 조직까지 세워진다면 그것은 이미 종교이다."

 

 

 

2. ’궁극적’이란 말은 구원에 대한 총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의미겠지요? 그렇다면 유교가 제시한 구원의 상태는 ’가장 인간다워진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유교의 경우, 신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도 ’사람이 점점 더 사람다워진다’는 그 자체로 인간 삶의 궁극적 해답을 준다. 불교도 마찬가지로 번뇌 망상에서부터 벗어나 마음을 고요하게 닦는게 불교인데, 그게 바로 열반의 경지이며, 이 열반도 완벽한 체계의 대안이다."

 

 

 

3. ’사회현상에 나타난 한국인의 종교심성’을 새로운 방법으로 종교 인구를 조사하고 한국인의 종교 성향을 분석했는데, 우선 그 새로운 방법이 왜 필요 했는지부터 알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종교 인구를 조사하는 방법은 ’당신의 종교는 무엇입니까?’등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 자기 종교를 확인케 하는 ’자기확인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가장 간단하고 또 노력에 비해 그 효과가 크다. 그런데 문제는 동양 종교나 비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이 방법이 잘 맞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이 방법으로 조사를 해보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게 그 숫자가 파악되는 종교는 가톨릭이고 그 다음 개신교이다. 그런데 동양종교의 경우는 조사치와 생활 현장이나 생활감각 속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너무도 큰 차이가 난다."

 

 

 

4. 동, 서양 종교의 어떤 특성이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게 할까요?

 

"우선 가톨릭의 경우 한 사람이 가톨릭 신자가 되기 위해 몇 개월간 예비자 교리를 받은 후 찰고를 통과하여 세례를 받는다. 영세 후에도 계속 성체 및 고해성사 등으로 항상 자기 신앙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냉담중인 경우에도 ’나는 냉담신자다’라고 의식하게 된다. 개신교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러한 과정을 밟는 이들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 되면서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등의 ’자연 집단’과 완전히 구분되어 ’성스러운 집단’, 즉 교회의 일원이 되었음을 의식하는데, 유교의 경우 ’자연 집단’자체가 ’제사의 장’이고, 제사를 바로 가정이나 사회 혹은 나라에서 드린다. 그래서 유교에서는 자연 집단과 성스러운 집단이 본질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5. 그럼 유교에서 ’성스러운 집단’이라는 의식이 전혀 없습니까?

 

"유교에도 가톨릭의 ’파문’과 같은 개념이 있다. ’이단척결’(異端剔抉), ’사문난적’(斯文亂賊)등의 개념이 바로 그것인데, 그래서 조선조때 불교의 스님들이 사대문 안에 들어갈 수 없었고, 또 비 유교적인 의례 행위를 막는 ’응사’라는 개념도 있다. 아무튼 삼강 오륜에 어긋나는 것은 완전히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라 단죄하므로 유교에 성(聖)스러운 집단의 개념이 없다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다만 성스러운 집단에 속하기 위해 자연 집단에서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다. 다른 모든 동양 종교도 이 점에 있어서는 비슷하다."

 

 

 

6. 서양 종교는 예배장소와 생활장소, 자연 집단과 성스러운 집단이 엄격히 구분되는데 동양 종교는 그렇지 않다는 거군요?

 

"서양종교처럼 종교 집단이 자연 집단과 구분된 경우, 그 성원들을 ’경성성원’(硬性成員)이라 하고, 동양 종교와 같이 구분이 어려운 성원을 ’연성성원(軟性成員)이라 한다. 이 연성성원은 자기 확인 방법으로는 알아낼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이 방법으로 조사해보면 2% 미만의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를 ’유교’라고 밝히는데, 이들은 가톨릭의 신부님이나 주교님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한학자, 성균관, 유림 등에 속하거나 굉장한 명문가의 맏 며느리 정도가 아니면 보통은 자신을 유교인이라 의식하기 어려우니까요."

 

 

 

7. 퍽 재미있는 분석입니다. 불교의 경우는 좀 다를 것 같군요.

 

"불교는 두 가지 모습을 보이는데, 출가한 스님들(승가)은 ’경성성원’의 성격을 갖지만 재가신자들은 역시 ’연성성원’의 성격을 갖는다. 그들이 연성성원인 이유는 타 종교인까지도 포함한 모든 인간들을 중생으로 보는 교리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8. 이러한 연성성원의 종교 인구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이용 했나요?

 

"’실천적 종교인’이라는 개념을 썼다. 종교의 세 측면 즉 사상, 실천, 조직등의 측면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설문지로 조사를 했더니 한국인의 91%는 사실상 유교인 즉 ’실천적 유교인’이었다. 이는 한국인의 91%가 유교적 인식체계를 가지고 행동하며 대인관계를 맺고있다는 것이다. 자기 확인 불교인의 100%, 비 종교인의 96.8%, 가톨릭인의 90%, 개신교인의 76.4%가 실천적인 유교성원이었다."

 

 

 

9. 유교만큼은 아니겠지만 실천적인 불교인도 역시 많겠지요?

 

한국인의 절반이 실천적 불교인에 해당된다. ’실천적 불교인’은 ’자기확인 불교인’의 2배에 달했는데, 이 조사가 너무도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세계 종교’라 일컬어지는 그리스도교,불교,유교에 대해서만 조사를 한 점이다. 자신의 종교를 밝히기를 꺼려하는 무속이나 신흥종교등은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앞으로 해야할 과제중 하나이다."

 

 

 

10. 한국인의 개인 생활에 여러 종교들의 세계관이 동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아야겠군요.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유교적 윤리 규범 안에서 살고 있다. 특히 인간 관계의 위계질서에 관한 한 한국인은 거의 누구나 유교적이다. 또 삶의 현장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일을 당할때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된다’는 불교적 인연관으로 재해석한다. 그리스도교는 한국 문화에 ’사랑’이라는 개념을 심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헌인데, 사랑을 삶의 원칙과 행동의 힘으로 해석한 것은 그리스도교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인은 미래 일에 대한 태도가 매우 기복적인데 이는 무속의 강력한 영향 아래서 나타난다. 대형 기계들을 설치하면서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지내는 것 등이 바로 그 한 예이다."

 

 

 

11. 그리스도교는 다른 종교들에 비해 훨씬 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물론 출판이나 교육제도, 문학이나 영화등의 영향으로 그리스도교는 불교나 유교보다는 지식적인 면에서 훨씬 더 넓게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아직 지식의 차원에서 심정적 차원으로 내려가지 못했다. 반대로 동양종교들은 심정적 차원에서 지식의 차원으로 전달되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12. 우리나라는 종교의 온상이라고 하리만큼 흥성하지 않는 종교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기성 종교들에 대한 반감도 매우 높은 것 같다.

 

"기성종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다른 어느 사회보다 더 낮은 것 같다. 공신력을 가질 수 없을 만큼 타락한데도 원인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주종을 이루는 종교가 없다는데 있다. 여러 종교가 공존하기에 자기 종교의 입장에서 보면 타 종교들이 상당히 못마땅하고 우습게 보이고, 이 두가지 면이 우리나라 종교의 세속화를 급속히 진행시킨것이다. 한국사회는 아마 공산사회를 빼 놓고는 가장 세속화된 사회일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종교적 혹은 정신적 규범에 의해 생활하기보다는 세속적 규범에 의해 생활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성행하는 ’결혼식장’ 사업이다."

 

 

 

13. 세속화 상황 속에서 각 종교들은 어떻게 변화해갈까요?

 

"문화 저변과 심정적 차원에서는 깊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지식의 차원에서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유교와 불교가 세속화의 분위기를 맞게되면 지금까지 가지고있던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제도적인 보장을 받을 가능성이 더 없어지게 된다. 반대로 지식 차원에서는 확대되어 가지만 심정적 차원에서는 아직 깊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리스도교가 세속화의 분위기와 만나게 되면 그리스도교 역시 더욱 더 세속화되어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심성에 영성적 뿌리를 깊이 박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래서 이제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해야 한국인의 영성에 다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할 때가 왔다."

 

 

 

14. 우리나라와 같은 다 종교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그리스도교는 70년대 초까지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는 역할로 한국 문화를 선도해왔지만 70년대 후부터는 지체 현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양키 고 홈’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어있는 이 상황에서 서양 문화이식은 이제 필요없는 일이다. 지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민주화나 사회 정의도 4,5년내로 낡은 명제가 될 것이고, 남북 교류와 통일이 되면 그후 우리 민족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땐 동방의 모델도 서방의 모델도 아닌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우리답게 되는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답게 되는 길’은 바로 전통 문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남북이 합한 후에도 10년 내지 20년은 이 문제와 씨름해야 할 것이다."

 

 

 

15. 우리 역사가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는 바는, 한국인의 심성에 교회가 어떻게 교감하여 전통 문화 속에 자리한 우리 심성을 이질화된 북녘의 동포들과 어떻게 재 융화시키느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거군요.

 

"이 문제가 제기되고 또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가는데는 적어도 한 세대는 필요하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아직 아무 준비가 없다. 이런 상황은 가톨릭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한사회의 가치관과 문화관의 실체는 종교이다. 그 종교의 참여없이 우리 사회에서 문화적 르네상스를 형성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종교들은 정치 경제의 상황에 항상 끌려가고만 있어 안타깝다. 내일을 준비하는 문화의 주체세력으로, 정신적 집단으로 존재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종교들이 정말 해야할 일은 단순한 선교나 포교의 차원을 지났음을 알았으면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러 종교들이 반성들을 좀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종교 학자로서의 바람이다."



4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