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눈 내리는 벌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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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blasius] 쪽지 캡슐

2000-01-05 ㅣ No.253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그루뿐

이 벌판 같은 도시 한복판을 지나

창 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져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창밖으로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날엔 사람의 발자국 하나 없는 순결한

눈길을 걷고 싶습니다.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을 뒤로 하고

조용히 걷고 싶습니다.

오늘은 눈이 오니까 한 편의 시를 더 들려드립니다. 도종환의 시에 대한 응답이라하 할까?

 

발자국

     --- 정호승

 

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은 발자국끼리

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것을 보면

 

남은 발자국들끼리

서로 뜨겁게 한 몸을 이루다가

녹아버리는 것을 보면

 

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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