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당신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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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섭 [klaray] 쪽지 캡슐

2002-09-28 ㅣ No.513




문순임(타대오)수녀/예수의꽃동네자매회     

 

   하느님의 사랑을 맛들이기 10여 년! 종신서원을 하기까지
험준한 고갯길을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숨가빴던 시간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계획하신 것 모두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갈라진 대지에 단비를 내리시어 촉촉히 젖게 하고,
푸르름을 더하여 생기가 넘치게 하듯,
메마른 영혼에 주님 은혜의 비가 더듬어 내려가 깊은 은총의 샘을 이루어주시고
때에 따라 퍼올려 영혼의 목마름이 없게 하여주셨다.
얼마나 좋으시고 고마운 분이신지!
세월이 흐를수록 느껴지는 크시고 자비로운 사랑에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젖어든다.
주님! 저에게 꿈이 하나 있습니다.
사계절의 변화를 묵묵히 의연하게 견디어내며
사람들이 부담없이 밟고 걸어갈 수 있는,
또한 생명을 잉태하고 꽃피우며 갖가지 열매로 생명을 낳아주는
"흙"과 같은 존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흙"은 어떤 발길이 지나가도, 어떤 씨앗이 심어져도,
무슨 거름을 파묻어도, 왜냐고 묻지 않고 제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드립니다.
지금껏 지나온 나의 모든 시간이 하느님의 당신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계획 안에 있었듯이 앞으로 주어지는 미래도 그저 감사하며 맡겨드릴 뿐입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 나의 님이시여!
당신을 죽기까지 사랑하겠나이다.
네 정배가 누구냐고, 누가 물으면 아가서 5장 10절에서 16절까지의 말씀을 보면서 당신을 그릴 수도 있지만,
또 저를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하신 당신은 기적을 하시는 예수님,
타볼산의 영광스런 변모의 예수님,
부활의 예수님일 수도 있지만, 더욱 사모의 정을 불러일키는 것은 당신의 삶이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분은 세상에서 가장 겸손하고 온유하시며
따뜻한 분이십니다.(마태오 11, 28-30)
죽을 잘못도 너그러이 용서하시는 님!
나자로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슬픔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시던 님!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시는 님!
억울한 누명과 참혹한 고통 중에서도 항변하지 않으시고 침묵하실 수 있는 님!
죄인들을 대신해서 피땀으로 얼룩져 십자가에 죽으신,
목숨을 바치기까지 한 이 큰 사랑에 매료되었노라고
당신을 자랑하겠습니다.
이런 분이 못난 저를 부르셨고 몸소 신랑이 되어주시니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제가 드릴 것은 이 비천한 몸과 마음 그리고 눈물밖에는……
예수님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 사랑이 점점 더 타오르게 도와주십시오.
흔들리지 않도록 무거운 육신을 벗고 가볍게 당신 곁으로 날아오르기까지
꼭 잡아주십시오. 저는 당신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언변과 힘없는 육신으로나마 당신을 위한 것이 되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또 바라옵는 것은 가까스로 맺은 성령의 열매를 못된 말로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제 혀를 절제할 수 있게 하여주십시오.
당신처럼 사랑의 눈으로 보고,
사랑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며,
사랑이 담긴 말을 하고 거칠지 않은 부드러운 손길을 줄 수 있게 하여주십시오.
그리고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잊지 않게 하여주시고,
하느님 아빠를 정성껏 모시고 성령의 빛으로 강화되어
당신의 길을 성모님과 함께 작은 마리아 되어 따를 때 지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알아뵈올 때 주셨던 말씀을 잊지 않고
귀기울여 다시금 들을 수 있도록 깨어 있게 하시고 힘입게 하소서.
사랑하는 하느님!
세세 영원토록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도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은 다 들어주실 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요한 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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