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가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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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연 [enos1956] 쪽지 캡슐

2002-09-28 ㅣ No.514

 

     아침 저녁으로 제법 스산한 날씨가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어제는 청평의 호명산을

   다녀왔습니다.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차에서, 차창너머로 맑은 가을 하늘아래 펼쳐진

   누런 가을 들녘을 보며, 이내 마음은 들녘을 걷고 있었습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아주 완만하게 이어지는 다섯 시간이 소요되는 산길입니다. 좁

   은 시골길을 따라 걸으며, 이름모를 들풀들, 작은 코스모스, 정리되지 않은 제멋대로

   인 논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 보노라면 어느 덧 가파른 산길에 들어섭니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조금 오르다 보니, 계곡에 밤송이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

   습니다. 아직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밤나무 계곡인지, 너무나도 많은 밤들이 떨어

   져 있었습니다. 욕심같아서는 실컷 주워 담고 싶었지만, 산행시간도 촉박하고 배낭이

   무거우면 힘들것 같아서 조금만 주워 넣고 계속 올라가는데, 산길 옆 등성이에 수 많

   은 밤들이 흐트러져 있는 것이 아깝기만 했습니다.

 

     첫 번째 산마루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저멀리 호명산 정상이 보이고 정상으로 이어

   지는 능선과 몇 개의 산 봉우리들이 평온하게 느껴집니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아

   스라히 펼쳐진 산자락의 잔솔들을 내려다 보며 걷는 능선길이기에 숨도 차지 않아 너

   무나도 좋습니다.

 

     가을 날, 가을 산에 올라, 가을을 만끽하는 기분은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산에 해가 일찍 지기도 하지만, 올라오며 밤을 줒느라 시간을 다소 지체하는

   바람에 랜턴을 키고 야간 산행을 만끽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야간 산행의 포근하고

   호젓한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 이름도 없는 산이었지만, 가을 풍경을 만끽하기에는 아주 좋은 산이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여지없이(?) 술 잔을 기울이는 바람에 성당 회합에도 참석하지 못하였

   는데, 집앞에 와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에 저만치 성당앞에서 회합이 끝나고 나오시는

   몇몇 자매님들을 보고 황급히 집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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