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어머니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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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 [mqwert] 쪽지 캡슐

2002-10-02 ㅣ No.518

"며칠전 큰댁조카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연로하신 시어머님께서는

이제 그런 자리에도 참석 못하시고

그냥 집에서 자손들이 들려주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리들이 우르르 몰려갔지만

길이 막힌다는 핑계로 차 몇모금 마시고는

금방 어머님 앞을 물러나려니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러시듯이

서운한 기색은 안 보이시고

그래 길이 막히면 고생하니 어서 서둘러라...

하시며 우리 등을 떠밀으셨습니다

그리고 내손을 잡아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비닐에 꽁꽁 싼 핸드백을 내미셨습니다

이게 뭐예요?

으응, 이거 그전 때 네가 사준 가방인데

이젠 내가 외출할 일도 없고하니

도로 네가 쓰렴...

어쩜,

참 낯선 가방이였습니다

내가 이걸 사드렸었나??

자세히 보니 가죽도 아니고 합성가죽제품이였습니다

집에 와서 보아도

그 가방은 부끄러움이였습니다...2001년 11월에 쓴 글...

 

어머니의 가방은

이제껏 작은 방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채 놓여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그 가방을 꺼내어 수건으로 닦아 보았습니다

한참을 문질렀더니..

제법 윤기가 돌며...

웬지...따스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올해 초,   방 정리를 하면서

내다 버릴까..망설였던 구닥다리 가방...

그러나..

이젠

나의 정성이 이 정도였구나..하는 후회스러움으로

더욱 가슴이 메이는

어머니의 유품이 되었습니다...

 

지난번

저희 시어머님 (유인준  마리아)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먼길까지 찾아와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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