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염 추지경님께서 교황님께 바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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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14-08-22 ㅣ No.507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존경하올 교황 성하!
우리나라를 방문해주신 교황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름휴가도 하지 않으시고 저희들을 찾아와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들은 교황님을 우리나라에서 뵙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저는 지난 2월 추기경 서임 식에서 교황님께서 저에게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라고 처음 말씀하셨을 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는 것 같습니다.


교황님의 방문이 우리나라 전체의 참 기쁨과 행복의 잔치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개인과 사회가 좀 더 사랑이 많아지고
평화가 흘러넘치는 공동체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교황님을 먼데서 찾아오는 벗처럼
친근하고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소탈하고 겸손하신 교황님의 모습에 감동받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의 “교황님의 함박웃음은 갓 베어낸 벼 포기를 가슴 가득 안고 환히 웃던
고향집 할아버지의 미소와 닮았고, 그래서 교황님의 미소에서 오늘도 인생에서 왜
사랑만 남게 되는가를 깨닫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시는 모습에 매우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성목요일에 소년원을 찾아가 아이들의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시는 교황님의
모습은 교회가 진정으로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려주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왜 광장에 모여 프란치스코만 외치나요? 우리에게 중요한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라는 교황님의 말씀대로, 교황님을 통해서 주님의 모습을
만나고 마음을 다해 그분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황님!
우리나라는 60여 년이 넘도록 남북으로 분단되어 아직도 대결과 분열의 상태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형제자매들이 생사도 모른 채 남북으로 갈라져 이산가족의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교황님!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도 어루만져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슬픔에
잠겨 우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상처받은 이들을 안아 주십시오.
교황님의 애정 담긴 환영의 몸짓이나 행동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던 것과 같이 공동선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임무입니다.

그러나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 신앙인 각자가 먼저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이 서로의 잘못을 탓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비난하고 배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삶 속에서 예수님을
구현하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일에 예수님의 복음을 바탕으로 살아야
합니다. 복음을 통하지 않고 복음이 목적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외치는 소리는
모두 덧없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방문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를 향한 큰 울림이 되어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고 모든 사람이 깊은 연대감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교황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처럼
미움과 분열, 불신과 절망이 있는 곳에 사랑과 일치, 믿음과 희망을 전하는 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교황님의 이른바 3대 유행어처럼 우리가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저희를 위해 늘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또 “만나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황님이 우리나라를,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교황님을 사랑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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