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최인호의 '商道'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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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애 [ridda] 쪽지 캡슐

2001-08-07 ㅣ No.7093

송이가 세례를 받겠다고 결심하자 김효임과 김효주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당장 수원으로 송이를 데리고 달려간 것이다.  비록 전국이 천주교 박해의 사학토치령으로 들끓고 있어 위험하였지만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하는 일이 더 값어치가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송이는 범세형 신부의 집전으로 마침내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송이가 세례받는 것을 지켜본 사람은 김효임과 효주 자매 둘 뿐이었다.

  해질녘의 바닷가였다.

  송이는 하늘에 있는 천주와 그의 아들인 성자와 그의 영인 성신의 이름으로 성호를 긋고 바닷물에 몸을 담가 전생으로부터 이어온 자신의 악업과 죄를 씻었다.  송이는 전능하신 천주님과 그의 아드님이신 야소를 믿고 우리의 육체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할 것을 믿으며 죽지 아니하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신앙을 고백함으로써 마침내 천주교 신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범세형 신부는 송이의 머리 위에 바닷물을 붓고 그리고 손을 얹어 안수기도를 해 주었다.

  바로 그 순간,

  송이는 불덩어리와 같은 뜨거운 그 무엇이 자신의 몸 속으로 내리꽂히는 것을 느꼈다.

  마치 바닷가의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저녁 해에서부터 뜨거운 화염이 분출해서 몸을

뚫똟고 들어와 자신의 영혼에 깊은 화인(火印)을 새기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후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송이가 느낀 그 뜨거운 불의 세례는 결국 불의 성령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송이는 하룻밤을 그곳에 머물면서 범세형 신부에게 고백을 했다.

  송이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모든 죄를 고백하였으며 자신이 한때 한 남자의 아내로서 혼인을 맺었던 사실도 고백했다.  그 혼인을 통해 가졌던,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애증도 고백했으며, 그 남자와 함께 타올랐던 육체의 정념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임상옥의 애첩 송이가 천주교인으로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 세례를 받는 장면중의 하나인데 소설에서는 천주교 교인들의 박해와 신앙인의 기쁨이 더욱 실감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의 최고의 피서는 독서인 것 같습니다.

최인호의 ’商道’는 5권으로 되어있는데 윗 글은 그 중 5권의 글입니다.

되풀이 설명이 많아서 지루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작가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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