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대입을 한 해 미뤄야하는 딸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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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혹독한 추위와 많은 눈을 뿌렸지만, 딸과 나는 대학 입시라는 중대사를 겪으며, 감각 없는 겨울을 보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리 아이는 올해 대학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확언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입시라지만, 지금 단언해도 그리 무리가 없을 듯싶다. 수시라는 기회와 정시라는 기회를 통해서, 총 여덟 군데의 대학에 원서를 냈고, 시간차 공격과도 같이, 하나씩 불합격의 결과를 확인하였다. 본인도 본인이려니와, 내가 스스로 겪는 상심이 생각보다 몹시 컸다. 물론 아이에게 내색 않으려고, 씩씩한 듯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웃음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그 아이도 아마 알았을 거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로 시작된 이 아이의 수험 뒷바라지는, 아이에게 좋은 학교보다는 사람됨을 알게 해달라고 했지만, 결과에 뜨악해 지는 걸 보면, 나는 그동안 과연 주님과 무슨 말을 주고받았더란 말인가. ‘네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지금 그 아이의 진학이 아니고, 사람됨을 알도록 하는 게 아니었더냐......’ ‘......맞...아...요......’ ‘그런데, 지금의 너의 태도는 뭐란 말이냐......’ ‘......’ 참으로 신기한 것은, 지금의 상황이 그 아이에게 가장 좋은 몫이라 여겨지는 마음이다. 아이에게 이야기하니, 기가 막히는 모양이다. 오히려, 용기를 주려고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어떻게 재수를 시키나 걱정이 많았었는데, 막상 1년을 유예한다고 생각하니, 부족했던 것들을 잘 보완하면, 해 볼만 하다는 뜻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아마도 기도가 준 선물인가보다. 중계동성당과 용산성당의 모든 수험생들은, 우리 딸과 같은 가장 좋은 몫으로 각자의 인생여정의 한 기로를 막 들어서고 있으리라. 원서를 쓰고 준비하면서, 나는 몇 차례의 심한 몸살과 가슴앓이도 겪었지만, 평심으로 돌아오는 데에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 너무나 많은 분들이 기도를 합해주셨는데, 우리 딸은 대학에 떨어졌습니다. 부끄럽고 송구스러워 얼굴을 내어 놓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또 혹시 추가 합격이라도 되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구요. 지난주일 미사 중에 불현듯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도가 그냥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다지 않습니까? 게다가 공동체의 기도였는데 말입니다. 분명히 이게 가장 좋은 몫일 거라는 걸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