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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과 함께하는 31일 기도 제1일 [평범한 여인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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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호 [kgh0727] 쪽지 캡슐

2006-05-01 ㅣ No.6631

1일

평범한 여인 마리아

 

제2차 바티칸 공의 회 문헌 [평긴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제 4항은

"성 모님께서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상에서 사시는 동안 가정을 돌보며 일에 파묻혀 지내셨다."고 말한다.

나는 평소 이 대목을 자주 대하면서도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

그런대 어느날 저녁,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깊은 감동에 사로 잡혔다.

 그렇다. 마리아는 넢은 하늘에 사시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사셧다.

마리아의 생각은 허황된것이 아니었다.

마리아는 구체적인 일상 가운데 활동하셨다.

마리아에게 환희 가득한 체험을 하게 하셨을 지도 모르지만,

마리아는 여전히 이 땅에 발을 딛고 있었다.

마리아는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서도 인내롭게 가정을 꾸려간 평범한 아낙네였다.

어디 그뿐인가.

마리아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까운 이웃과 똑같이 생활 하셨다.

같은 우물을 길어 마셨으며 같은 절구에서 밀을 빻았다.

또 같은 뜰에 앉아 선한 바람을 쐬기도 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하루 종일 밭에서 이삭을 줍다가 저녁이 되면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곤 했다.

어느날 누군가 "마리아 흰머리가 늘어가네요" 하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마리아는 샘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곤 사라져 가는 젋음에 상심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리아는 역시 우리처럼 "가정을 돌보며 일에 파묻혀 지내셨다"는 사실을 보면

마리아가 일에서 비롯되는 노고를 알고 계셨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고달픈 일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마리아 역시 건강@ 경제 @ 인간관계@ 변화와 같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마리아가 얼마나 자주 두통을 느끼며 빨래터에서 돌아왔는지,

요셉의 일터에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 엄마나 걱정했는지

아무도 해아리지 못할 것이다.

올리브를 추수하여 기름을 짜는 계절에 예수의 일자리를 찾아

얼마나 많은 집 문을 두드렸을까?

이미 낡은 요셉의 외투를 뒤집어 아들에게 망토를 만들어 입히느라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까?

여느 아낙네들처럼 마리아 역시 위기를 느길 때도 있었으리라.

요셉이 천성적으로 과묵하긴 했지만 언제나 마리아의 침묵을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리아는 십대를 벗어나 청년으로 성장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졌으리라.

또한 다른 여인과 마찬가지로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때로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두 사람에게서 조차 이해 받지 못하는 과로움을 격었으리라.

어쩌면 그들을 실망시키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까봐 두려워 햇는지도 모른다.

한없는 괴로움에 눈물 흘리다 가족이모여 함께 기도드릴 때 비로소 신비로운 친교를 나누며 기뻐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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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도  거룩한 여인 마리아

한계를 지닌 인간체험에

당신을 끌어내리려는 저희의 열망이

당신을 소홀히 생각한 때문이 아님을

당신은 아시나이다.

저희가 잠시 동안이나마

당신의 후광을 치우려는 것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둘러산 빛을 거두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당신이라는 그림자로 가려진

빛의 근원이신 하느님이 더욱 잘 드러나리다.

 

 

당신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항해할 운명을 안고 계시오니

한곳에만 머물러 계시지 말고

해안을 따라 걸어가시옵소서 .

저희 땅 가까이 계신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당신처럼

자유의 태양에 발을 들여놓으리라는

부름을 받았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성모님, 삶에 가장도움이 되는 것은

성서의 말씀이나 교부들의 말씀,

영성이나 전례, 교의나 예술에 있기 보다

나자렛 집에 스며 있습니다.

님비와 베틀, 눈물과 기도, 양모 실타래와

성서 두루마리 사이에서

공손한 여성의 모습으로

회한 없는 기쁨, 절망하지 않는 슬픔,

기약없는 이별을 체험하신

당신의 소박한 가정에 있습니다.

 

 

 

성모님.

특별해지려는 욕망에서 자유롭게 하시어

평범한 나날의 삶을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터전으로 삼게 하소서.

두려움에 사로잡힌 저희를 풀어주시어

다조롭고 더디게 진행되는

고통속에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에

당신처럼 내어맡기게 하소서.

하늘의 모후의 관을 쓰기전

가련한 이땅의 먼지를 먼저 맛본이여,

오시어 저희와 함께 걸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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