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To my moth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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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그리운 어머니께!"
그리운 어머니.
살아 생전에는 단 한 번도 편지를 쓰지 아니하였던
제가 편지를 씁니다.
살아있음은 수수께끼와 같고,
돌아가심도 우리의 인간으로는 풀어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의 일이므로
지금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없습니다마는
저는 이것만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
제가 이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지 아니하고
우체통에 집어넣지 않아도
어머니는 제 편지를 받으시리라는 것을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저와 함께 항상 계시는 어머니.
참으로 이상하지요.
우리들 사람이란 서로 이 지상의 나그네로 살아있을 때에는
서로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아니하고,
그리 바쁜 일도 없으면서도 만나면 얘기도 대충대충 나누고,
사랑도 슬픔도 기쁨도 대충대충 나누는데
그것이 불가능하여 져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면
그것이 참으로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이란 참으로 불완전한 미완성의 존재인 것 같아요. 어머니.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저희 어머니로 와 주셨다가 선의로 갈아입고
하늘나라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 버린 어머니.
살아 있음은 눈 먼 세계와도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이
살아 있을 때의 기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요즘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바람은 제가 불고 싶은대로 불어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도
바람이 어디서부터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거늘
하물며 우리들의 영혼이야 어디로 가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고
성 프란치스코가 말하였던 것처럼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여자는 죽지만 '어머니'는 창세기 이래로
한 번도 죽지 않은 영원한 모상인 것입니다.
그리운 어머니.
이제는 어머니를 생각해도 별로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벌써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5년의 세월이 흘러버려서
어머니와의 추억을 잊어버린 때문도 아니에요.
어머니와 이별하였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원할 때
언제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고 제 마음 속에 항성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지상의 나그네 되어 있을 때의 애틋함 그대로
언제나 저를 보살펴 주세요.
당신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제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고
이 지상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태어나 제일 먼저 배운 말 첫 마디가 '엄마'였듯
어머니가 가르치신 말,
노래들은 언제나 제 가슴에 마르지 않고
샘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니,
언젠가 제가 어머니처럼 낡은 육신의 의상을 벗고 돌아갈 무렵에는
어머니와 자식이 아니라 같은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어
서로의 얼굴을 비비며 이 지상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을 기억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어머니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이 가엾은 아들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소서.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아들 올림.
최인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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