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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용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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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9 ㅣ No.8656

용서에 대한 신학적이거나 교리적인 의미는 접어두고 그냥 이야기하겠습니다.
 
용서는 힘듭니다.
믿었던 사람일 수록 그러하고 알고 지낸 기간이 길수록 그러하며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내가 입은 피해의 정도에 따라 혹은 내 가까운 이들이 입은 정신적 혹은 심적 상처의 정도에 따라, 용서는 힘듭니다.
 
용서는 원래 힘듭니다.
교회에서는 쉽게 이야기하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주 쉽게 말하지만,
상처가 깊을수록 아픔은 오래가고 하려고 해도 용서는 쉽게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용서를 하지 않을 때에 그로 인한 피해는 나와 내 가까운 이들에게 옵니다.
내가 마음에 분노를 품고 있으면 극에 달할 수록
아닌 때라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넘겼을 일도 쉽게 화를 내고 미워하게 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더욱 쉽게 그러하고, 나 자신에게도 그러하게 됩니다.
오히려 내가 용서를 하지 않겠다 하여 그래서 내가 용서하지 않는 그 상대를 저주하겠다 하여
그 사람이 잘못되거나 어떤 불이익이 가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차라리 내가 용서하지 않게 되어 상대방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면 고소하게 될 마음에
그렇게라도 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고소해 할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용서하지 않아서 피해를 보는 것은 내 쪽일 뿐입니다.
 
내가 고소해 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가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잘 되어서 떵떵거릴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복수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용서가 필요합니다.
내가 마음에 입은 상처는 그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것이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그 누구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서시는 것도 내가 스스로 낫고자 할 때에 힘을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먹기 싫다고 살기 싫다고 뿌리치는데 내 입을 고정시켜서 억지로 떠 먹이지 않으십니다.
내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때에 비로소 나를 붙잡아 일으켜 주십니다.
하지만 그 분께서는 내가 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데에 있어서 나의 힘이 자라길 바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뒤에서 눈시울을 적시는 날이 더 많아도 나를 지켜보시고 당신 힘으로 번쩍 일으켜 주지는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내가 더 의존적이 되어서 약해지기 보다 내 약함을 내가 알고 그것만을 하느님께 청할 수 있는 강함이 나에게 있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화가 난다면 마음껏 울부짖으십시오.
그리고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이제는 용서에 힘쓰십시오.
말씀드린대로 용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캔커피가 나오듯이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 않습니다.
 
정도에 따라서는
상대방과 비슷한 사람을 본 것만으로도 그 날 하루가 잡치는 것을 경험하실지도 모릅니다.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참담해지고 정말 더럽고 치사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요.
그럴 때에 상대방을 위해서 기도하십시오.
그가 좋아서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기도하십시오.
생각날 때마다 화살기도를 하세요. 지독하게 미워질 때에는 묵주기도를 하십시오.
 
덧붙여서 말씀드리건데,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용서의 종착점이 아닙니다.
만일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무조건 용서의 끝이라고 한다면,
처음 관계가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회복이 아니라 더 앞서서 있지도 않았던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너무 힘듭니다.
그저 그 사람의 어떠한 일도, 이야기도 내 마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거기까지가 되면 용서가 된 것입니다.
반드시 화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대방은 내 마음의 상처에 대해 민감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끝까지 기억해도 가해자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더군다나 남을 잘 배려하지 않는 상대방이라면 지나간 일에 대해서 미안해 하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나는 또 그 일을 가지고 마음 아파해야 합니다.
그 사람과의 화해가 아니라 나 자신과 내 이웃과 하느님과 화해를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그 과정 수료하신 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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