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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성공 시키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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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근 [cleaneyes] 쪽지 캡슐

2004-05-23 ㅣ No.4410

남을 성공시키는 인생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린다 에어는 게에 대해서 흥미로운 관찰기를 소개하고 있다. 게를 잡아서 얕은 양동이에 넣으면 금방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런데 게 두 마리를 같은 양동이에 넣으면 서로 빠져나가겠다고 싸우다가 결국 두 마리 다 기어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게는 ‘서로를 끌어내리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마리가 올라가면 뒤에 있던 녀석이 올라가던 게를 잡아당겨서 둘 다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양동이를 게로 가득 채워놓으면,게들은 모두 밖으로 나오려고 기를 쓰다가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게의 어리석은 행태는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눈을 뜨게 하고,자신만 잘살면 된다는 의식이 결국은 공멸로 가는 길임을 암시하고 있다. 2003년 변협 보고서는 자신만 앞세우고,자신의 안일에만 여념이 없는 사회가 어디로 달려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작년 한 해 동안 300만의 신(新) 빈곤층이 정부로부터 기초생활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2000년 이후로 매년 늘어가는 자살자수는 자신만 앞세우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10년째 발목이 묶여있는 국민소득 1만 달러의 고리를 끊고,진정한 경제대국으로 나아가는 길은 단지 더 열심히 일하고,더 많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한 경제단체의 최신 보고서는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 일류 상품을 얼마나 많이 개발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일류 상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사람을 중시하고,함께 윈윈(win-win)하려는 상생지수가 세계의 정상권으로 올라서지 않는 한 국가의 번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는 길은 혼자만 살려고 남을 짓누를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다른 사람을 살릴 때 자신도 사는 길이 열리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가 정신과 의사인 칼 메닝어에게 “만일 어떤 사람이 정신적 파멸을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무슨 조언을 하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하였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보시오”라는 대답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메닝어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집 문을 걸어 잠그고,기찻길을 지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서십시오. 그리고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십시오.”

 

극단적 이기주의에 침식된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병든 생각을 치료하는 길은 더 많은 병원을 짓는데 있지 않다. 우리의 병든 정신을 치료하는 길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기 전에 먼저 소외되고,가난하고,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데 있다. 에드윈 마크햄은 “인간이 다른 사람을 돕고 키워주는 일이 아니라면,그 어떤 일도 전혀 무익하다는 것을 직시하기까지 우리는 눈뜬 소경에 불과하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타인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서 눈을 뜰 때까지는 눈은 떴지만 실제로는 영적 소경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참으로 의미있는 인생은 남을 돕고 영적으로 성공시키는 삶으로 인도하는 인생이다. 사실 남을 배려하고 돕는 삶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화려한 삶도 아니기 때문에 들어서기 어려운 좁은 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진정 타인을 위하는 삶은 우리 사회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부패의 더께를 벗겨내고 모순의 때를 씻겨내는 소중하고도 유일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난 인생은 그 삶이 어떠하든지간에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모든 인생은 역사의 지평에 아무리 미미할지라도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 영향력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냐,죽이는 것이냐 하는 것일 뿐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삶,그 사람을 영적으로 성공시키는 삶을 통하여 축복의 근원으로,은총의 통로로써 개인과 사회가 한 단계 더 거듭나고 도약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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