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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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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4-07-24 ㅣ No.4510

 

 

 집을 떠나있던 아들이  1년여 만에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 왔습니다.  머언 중국에 공부하러 가 있는데 오랫만에 집에 오는거라서 아이를 보는 순간 엄마인 저의 두눈에 커다란 눈물 한 방울 맺혔습니다.

가족이  머언 곳에 떠나있을땐 가슴 한구석이 언제나 얼얼하고  늦은밤 그리움에 잠 못 이뤄 뒤척이곤  하기도 합니다.

 

제 어렸을적에 우리 엄마는 자식들만 보면 "밥 먹었니?"를 단골 메뉴처럼 물어 보셨지요.

머언 곳에 있는 아들이 몸과 마음이 끼니 걸러 배 곯지 않나 그 걱정이 가장 많습니다.  저도 아이들만 보면 "밥 먹었니?'"를 입에 달고 삽니다.  삶이란 선인들이 지나간 길을 우리가 다시 따라가는길인가  봅니다.

 

작년 시아버님 제사때의 일입니다.  아들이 전화를 걸어와 엄마에게 메일을 보냈으니 꼭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어 외롭고 보고 싶다.' 거나 엄마인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돈 부쳐 달라.'는 내용이려니 하고 두근 두근한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 보았습니다.

 

"엄마, 아빠  건강하시지요.

며칠후면 할아버지 제사인데 몇해째 큰 손주인 제가 제사에 참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책상 서랍속에 은행 통장이 하나 있는데 이십만원을 그 통장에 넣어 두었습니다. 여름 방학때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중에서 넣어둔 돈인데 할아버지 제사상 차리는데 보태어 쓰시면 좋겠습니다.

 작은 금액이지만...(아들아, 적다니? 너무 너무 큰 금액이지...)"

 

메일 내용을 프린트하여 제사에 참레한 가족들이 모두 그리움에, 기특함에, 흐뭇함에 눈물 그렁 그렁한체 돌려 읽었습니다. 자식을 멀리 떼어 놓거나, 머언 곳에 여행을 시켜야 큰 가슴을 갖는다고 어른들이 그러셨는데 후울쩍 큰 아들을 느꼈습니다. 그애의 할머니인 저의 시어머니께선 그 글을 화장대위에 얹어두고 오는이들마다 읽어보라고 내어 노시곤 하셨습니다.  그 돈을 정말 썼는지 궁금하시지요.

아니지요. 잘 간직해 두었습니다.

 

귀국한 아들의 가방에서 내어놓은 내용물이 또 재미 있습니다.

참깨 한봉지, 참기름 1통, 엄마 주려고 영양크림 1통등등... 이 나왔습니다. (영양크림은 바르면 미인이 된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살림꾼이 다 된것 같네요.

 

아들이 온다던 그날 아침 백지에 이렇게 써서 현관에 붙여놓고 출근했습니다.

 

" 환영, 어서 오세요.    백 0  0 !

 사랑하는 가족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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