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그대,구월의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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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나 [ozoz] 쪽지 캡슐

2000-09-02 ㅣ No.6918

 

 

 

 

 

 

    오늘 <당신의 밤과음악>에서

  안도현님의<구월이오면>을 듣게되었지요

   이수자어머님이 며칠전 올리신글이라 반가운마음에 더욱 귀를 기울였답니다

 ..참 좋으네요.

음악도 詩도..

 안도현의<구월이오면>..다시 올려봅니다.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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