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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에게만 불행이 닥쳐서는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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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8-06-24 ㅣ No.10078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믿음이 남달랐던 내 친구의 남편이 해외로 출장을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뜻밖의 불행을 당한 그 친구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눈앞이 캄캄했을 수 밖에... 그때까지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남편, 남들이 다 부러워하던 부부금슬, 잘 자란 자녀들 앞날에 반석같이 훤하던 축복 받은 가정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르지는 절망감에 기절하고 말았었다. 그리고는 하느님에 대한 원망이 솟구쳐 매일 매일 "하느님, 왜 하필이면 내 남편입니까?"하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이제부터는 하느님도 믿을 수 없습니다. 내 남편이 누구보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굳건했었던 건 하느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입니까?"

  그 후로 그 친구는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오신 신부님도 만나지 않았다. 매일같이 남편의 사진을 바라보고 눈물 흘리며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들볶이며 세상이 다 귀찮아졌다....친구도 만나지 않고 바깥출입도 하지 않고 지내던 중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선배 언니가 찾아오자 그 선배 언니 무릎에 엎디어 통곡하며 몸부림쳤다.

  그 선배 언니는 그 친구의 오열하는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힘 있게 말했다. "소희야, 너는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은혜와 축복만을 받으며 살지 않았니? 수많은 타인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불행한 운명 속에서 비탄에 빠져 짓밟히고 시든 풀잎처럼 하루하루를 지내며 살고 있을 때 너희 가족들은 안락한 행복 속에서 남들의 선망의 눈길을 받으면 살면서 이웃의 불행은 전혀 모르지 않았니? 그렇게 받기만 했으니 이제부터는 남은 인생을 주는 삶으로 살아야 되지 않겠니? 그러니 소희야, 이제 그만 털고 일어서라. 이제부터는 선택받은 유능한 남편의 아내가 아닌 네 자신의 삶을 살아 보라는, 네 숨겨졌던 능력발휘의 기회를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해라. 네게 잠재한 능력이 아까우셨던 거라고..."

   그 이후로 그 친구는 다시 성당문안으로 들어서게 되었고 하느님의 크신 뜻과 은혜에 깊은 감사를 새삼 깨닫게 되었노라고. 그래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축복을 나누는 삶에 열심히 하겠다며 담담한 어주로 미소 지으며 그동안의 방황을 통회하노라고 술회했다.  / 글. 의정부 교구 주보(2006년 10월22일자)에 김여정 소화 데레사 시인

   그렇다. 세상에 하고 많은 불행이 왜 나에게만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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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하지 않게 다가온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과 고통, 그 앞에서 절망하고, 원망하게 됩니다. 왜 그런 불행과 고통이 오는지 따지고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불행과 고통 옆에서서 주님이 서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그분은 다시 일어서라고, 내 손을 잡고 툭툭 털로 일어나라고 손을 내미십니다. 몇 년 전에 서강대 장영희 교수는 재발된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하느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지금 불행과 고통에 짐에 눌려 신음하는 분들에게 이 말이 작은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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