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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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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10-05-29 ㅣ No.7136

 




낡은 타월

    타월도 새로 꺼내 쓸 때는 새하얗고 깨끗하나,
    사용하는 동안에 점점 더러워져서 
    아무리 빨아도 맨 처음처럼 하얗게 되지는 않는다.  
    자주 비누로 빨래를 하면 그런 대로 남 앞에 내놓을 수 있지만, 
    너무 오래 빨지않으면, 
    한번 보기만 해도 얼굴을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더럽게 된다.
    의사 선생님이 왕진을 왔을 때, 
    손 씻는 물과 타월을 내놓게 되는데 
    그 때 깨끗한 타월이 없으면, 사람들은 당황하여 쩔쩔맨다.  
    "야, 타월, 타월,  어디 서랍 속에 있었잖아."  
    이렇게 난리를 피운다.
    
    내가 세례를 받고 
    원죄의 더러움도, 
    그리고 태어난 후 범한 죄들도 깨끗이 씻어졌을 때에는 
    영혼이 
    한 점의 더러움도 없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어 견진성사를 받고는 
    더욱 더 덕의 길로 나아가 
    영혼은 
    다만 더러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 빛나게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내 영혼은 마치 낡은 타월과 같이 점점 더러워져 
    때가 끼고 냄새가 나며 찢어지고 군데 군데 떨어져 
    너덜너덜하게 되었다.
    가끔 고해성사를 받고 성체를 영하면서 영혼의 세탁을 했지만, 
    아마 고해성사때 
    더러운 때를 남김없이 발견해서 
    영혼의 때가 하나도 없도록 잘 빨아내는 일을 
    게을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죽으면, 
    내 영혼은 하느님의 손에 놓여진다.  
    이렇게 더럽고 냄새가 나서야,
    하느님께서도 얼굴을 찡그리고 돌아서 버릴지 모를일이다.  
    너무나도 더러우면, 
    아마 쓰레기통인 지옥에 내던져 버릴지도 모른다.
    급한 환자를 위해 의사가 왔을 때만 해도 
    타월 때문에 큰 소동을 벌이지 않는가.
    
    죽음도 갑자기 찾아온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더러운 영혼을 
    그대로 하느님 앞에 내놓게 될지 모른다. 
    언제 내놓아도 상관없을 정도로 항상 깨끗이 해 놓고 싶다....
    
    그러나 아까도 말한 바와 같이 나 혼자서 세탁을 한대도, 
    찌든 때를 완전히 깨끗하게 빨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세탁을 해줄 분에게 
    좀 도와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어느분에게 영혼의 세탁을 도와달라고 하면 좋을까?  
    
      성모님이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이렇게 기도하자.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나가이다카시 《묵주알》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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