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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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씨 큰 일 많이 시키시려고 하느님이 부르셨나봐."
한 선배는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맨 처음 신앙인으로 돌아왔을 때
날 위해 기도해 주던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다. 나 자신 역시 내가 글을 쓰고 어느정도
이름을 얻은 사람이니 하느님이 날 쓰시려나 보다.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두렵고 한 중에
그런생각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깨닫게 되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나보다많다. 유명하기로 따지면 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느님 앞에서 내 잔재주가얼마나 하찮은 것이던가.
하느님이면 전지전능한 신인데 뭐가 아쉽겠는가.
신께서 불러주신 것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나를 쓰시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거였다. 조용한 성당에 앉아 있다가 나는 알아버린 것이다.
그건 그저 그냥, 사랑이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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