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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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10-07 ㅣ No.413

                    연중 제27주일(나해. 2000. 10. 8)

                                                   제1독서 : 창세 2, 18 ∼ 24

                                                   제2독서 : 히브 2, 9 ∼ 11

                                                   복   음 : 마르 10, 2 ∼ 1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가을입니

다.  아침저녁으로 싸늘해지고 하늘은 높고 단풍이 들기 시작하여 가을의 다

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겨울을 준비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괜히 옆구리가 시원하고 허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함께 다니는 연인들을 보면 조금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도 합니다.

헤어지기 싫어하고 언제나 함께 하고 싶어하는 연인들.  그들은 함께 할

수 있는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연인으로 있을 때는 절벽 위에 피어있는 꽃

이라도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다 가져다 줄 것처럼, 모든 것을 다 해줄 듯이

말하고 왠만한 것은 다 해주더니만 결혼을 하고 나면 180도 바뀌어 버립니

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알지 못하던 버릇도 알게 되고 짜증도 나게 됩

니다.  살아온 삶의 모습, 환경이 다른 이들이 함께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러시아에는 "전쟁터에 나갈 땐 한 번 기도하고, 거친 바다

에 나갈 땐 두 번 기도하고, 결혼을 할 때엔 세 번 기도하라"라는 속담이 있

습니다.  이처럼 목숨을 걸고 나가는 전쟁터에 나갈 때도 한 번 기도하는데

두 사람이 좋아서 함께 살아가는 결혼을 할 때는 세 번이나 기도하라는 것

을 보아서는 전쟁터 보다 더 힘든 것이 결혼이 아닐까 합니다.

 

  서로가 잘해주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해도 한 두 번씩은 부부싸움을 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사느니 못사느니 말들 합니다.  부부싸움은 가부장 중심

의 사회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하는 일들입니다.  무조건 여성은 남성의 말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도 과거에는 이와 같이 남성 중심의

모습이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수치스러운 일이 있으면 남편은 아내를

버려도 된다는 것이 관습처럼 되었습니다.  이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는 잘못된 것임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수치스러운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해

석은 각자의 나름대로 였습니다.  샴마이 학파는 간음과 같은 중대한 윤리적

과오라고 풀이하고 있는가하면 힐렐학파는 음식을 태우거나 아내가 갑자기

보기 싫어지는 모습까지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즉 남편의

마음먹기에 따라 아내는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혼인을 단순히 두 사람 사이의 결정이 아니라 "하느님께

서 짝지어 주신 것" 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인간과 인간간의 만남에 심오한 차

원을 열어주십니다.  아내를 남편의 종속물이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놀라운 창조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으로부터 온 선물이며 은총으

로 이해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야 함을 일깨워주십니다.  그리하여 남성도

여성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서로 인격적으로 사랑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혼인은 인간의 일 중에 한 번 거쳐야 하는 자연스런 과정으로만

볼 것이 아닙니다.  혼인은 거룩한 성사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혼인은 또

다른 하느님의 자녀로써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과 신의가 드러나는 새로운 삶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의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이혼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단지 사회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앙인 부부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과 증인들 앞에서 죽

기까지 언제 어느 때라도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혼

인 성사를 받습니다.  교회는 혼인성사에서 부부의 신뢰와 부모의 책임을 강

조하고 있습니다.  결혼은 한 인간이 성숙하는 중요한 과정이며, 신앙 차원

에서는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협조하는 것이 됩니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일

수록 혼인 성사의 깊은 의미가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혼인 할 때의 마음

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서로가 이해하고 인정해주고 믿고 화목하게 될 것

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의 사랑이 가정 안에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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