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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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3-03 ㅣ No.544

사순 제1주일(다해. 2001. 3. 4)

제1독서 : 신명 26, 4 ∼ 10

제2독서 : 로마 10, 8 ∼ 13

복   음 : 루가  4, 1 ∼ 1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옛날 어느 나라에 현명한 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신하가 왕에게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기가 힘이 듭니다.  날마다 많은 유혹이 저를 괴롭힙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왕은 대답 대신 작은 그릇에 물을 가득 채우게 한 후, 그 그릇을 들고 정해진 시간 안에 성을 한 바퀴 돌아오되 물을 조금도 흘리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신하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왕의 명령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하가 땀을 흘리며 궁궐로 돌아오자 왕이 물었습니다.  ’거리에서 누구를 만났는가?’  ’거리에 누가 있었는지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삶도 그와 같은 것이다.  네가 하는 일에 전심을 다한다면 유혹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세례성사 때에 그리고 해마다 부활 성야 미사 때에 "마귀를 끊어 버립니까?"하는 사제의 질문에 "끊어 버립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끊어야 할 순간에 끊어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변명을 늘어놓거나 미련을 가지고 망설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아직은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악마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에 ’유혹’이라는 교양과목이 있습니다.  유혹 교과서의 첫 장에는 "인간을 유혹할 때 다음 3종류의 말을 쓴다.  1.누구나 다 하는 일이잖아.  2.대수롭지 않은 건데 뭘.  3.이번 한번만이야"라고 시작된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받은 세 가지 유혹을 들려줍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처럼 유혹을 받으시지만 유혹을 이겨내심으로 해서 우리가 어떻게 유혹을 이겨날 수 있는지 보여 주십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있는 예수님께 악마가 다가와 세 가지 유혹을 합니다.  첫 번째 유혹은 빵, 곧 물질에 관한 유혹이었습니다.  두 번째 유혹은 권력과 명예와 지위에 관한 유혹이었습니다.  세 번째 유혹은 자기 과시, 곧 교만에 대한 유혹이었습니다.  세 가지 유혹을 생각해 보면서 우리는 첫째로 신앙이란 돌을 빵으로 만드는 기적을 증거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로 신앙이란 우상을 숭배함으로써 이득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셋째로 신앙이란 하느님을 시험하는 게 아닙니다.  곧 하느님은 의심이나 시험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목숨걸고 믿어야 하는 분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는 오늘 유혹을 통해 우리에게 신앙은 인간적인 욕망보다는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우리의 삶의 일차적인 기준으로 가지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물질 만능주의 삶에서 영적인 삶으로, 권력 지향적인 삶에서 봉사의 삶으로, 명예만을 찾으려는 삶에서 겸손함을 드러내는 삶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신명기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함께 하시고 도와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항상 언제나 함께 하시고 도와주시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 바로 곁에 계시고, 우리 마음에 함께 하고 계심을 말씀하시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언제나 광야의 길을 갑니다.  사순절이라서 일부러 저마다의 ’광야’를 찾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인생 자체가 광야 생활입니다.  이 광야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체험하기도 하고, 악마의 유혹을 받기도 합니다.  유혹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현자의 말처럼 새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새가 우리 머리 위에 집을 짓는 것은 막을 수 있듯이 우리에게 유혹이 닥쳐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유혹에 빠지느냐 빠지지 않느냐 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사순 시기를 은총의 시기라고 합니다.  사순 시기가 은혜로운 것은 우리가 이 시기에 보다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주 서서히 다가오는 유혹을 이김으로써 우리의 하느님께 다가서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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