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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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3-17 ㅣ No.551

사순 제3주일(다해. 2001. 3. 18)

                                            제1독서 : 출애 3, 1∼8ac. 13∼15

                                            제2독서 : 1고린 10, 1∼6. 10∼12

                                            복   음 : 루가 13, 1 ∼ 9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불어오는 바람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따뜻한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이제 만물이 새로운 생활을 위해 준비하고 움트는 시간입니다.

  이제 나무들도 풀도 서서히 자신들의 푸르름을 자랑하려고 하겠지요?  겨울을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따라서 자랑하고 싶은 것을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겠지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동화를 아시죠?  나무는 소년에게 그네가 되어주기도 하고, 맛있는 제 열매도 나눠줍니다.  또 소년이 자신의 가지를 베어 살 집을 짓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소년의 친구이면서, 물질적 후원자이면서, 함께 사랑과 애정을 나누면서 마지막에는 소년의 의자가 된 나무.  소년은 늘 나무에게서 가져가기만 하고 아무 것도 주지 않았지만, 나무는 소년을 사랑하여 늘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이 동화를 읽는 누구나 크면 이런 나무처럼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가 나옵니다.  과일에는 그 특유의 맛이 있듯이 무화과나무는 그 열매 속에 꿀이 담겨있어 맛이 좋지만 그 나무는 대부분의 과일나무가 그렇듯이 별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서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뽑혀서 불쏘시개정도로 밖에는 쓸 곳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무화과나무는 3년씩이나 열매를 맺지 못했는데도 뽑히지 않고 1년의 기회를 더 얻었습니다.  남은 1년 안에도 열매 맺지 못하면 그 다음 해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성실한 포도원지기의 보살핌으로 꼭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포도원지기는 주인의 뜻이 쓸모 없는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꼭 열매를 보고자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포도원지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주인의 모습에서 죄인이 망하여 생명을 잃기보다는 회개하여 생명을 얻게 되도록 안타까운 마음으로 죄인을 위해 외아들을 보내주시고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회개할 기회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래 참고 기다려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하느님께서도 참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모세를 부르십니다.  당신의 일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을 위해 당신의 일을 할 모세를 부릅니다.  그런데 모세는 당신을 부르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어떻게 하든 피하려고 합니다.  하느님께 질문도 하고 다른 이를 보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택하시고 그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냅니다.  모세는 자신을 바쳐서 하느님의 구원의 길을 갑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생활에서 구해냅니다.  그리고 구원의 땅으로 이끌어 갑니다.  구원에는 중재자가 필요합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여 잘려질 처지에 있던 포도나무에게 새롭게 기회를 주어준 포도원지기가 있듯이, 노예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낸 모세가 있듯이, 우리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었듯이 말입니다.

 

  사순절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시기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의 중재자가 되었듯이, 예수님께서 우리의 중재자가 되어 주셨듯이, 우리 자신도 중재자로써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기다려 주십니다.  당신의 뜻을 받아주기를 기다리십니다.  포도원 주인이 1년을 기다려 주듯이, 모세의 이 핑계 저 핑계를 다 들어주시면서 모세를 중재자로 받아주셨듯이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기다리십니다.  우리는 회개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자연이 봄을 준비하듯이 우리도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부활의 삶을 준비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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