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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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3-25 ㅣ No.555

사순 제4주일(다해. 2001. 3. 25)

                                             제1독서 : 여호 5, 9a. 10∼12

                                             제2독서 : 2고린 5, 17 ∼ 21

                                             복   음 : 루가 15, 1∼3. 11∼3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제는 봄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날씨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 따뜻한 날씨는 우리에게 포근함을 줍니다.  고향에서 맛보는 포근함 말입니다.  고향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항상 따뜻하고 편안합니다.  고향이 좋은 것은 그곳에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누울 자리가 있으며 수고하지 않아도 그곳엔 먹을 음식이 있습니다.  살기가 외로웠던 이들은 거기서 힘과 위안을 얻으며 살기가 또 좋았던 이들은 거기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고향은 그래서 언제나 따뜻한 곳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작은아들은 나름대로 포부가 있고 꿈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분명히 아버지의 돈으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술과 창녀와 노름으로써 다 탕진해 버립니다.  그 많던 재산을 일시에 날려 버리고 알거지가 되었습니다.  완전히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비록 아버지의 돈을 다 탕진했지만 그 아버지에게 희망을 걸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아무리 잘못해도 염치 불구하고 돌아온다면, 용서를 청한다면 내 쫓을 부모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 자식을 받아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향을, 부모를 잊지 못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우리는 고향을 생각하거나 부모님을 찾아가 어리광을 부려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들려주시는 '탕자의 비유'는 작은아들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돌아오도록'부르는 말씀이면서, 또한 큰아들의 모습으로 살면서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들에게 '참된 회개'를 요청하시는 말씀입니다.  작은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아버지께 돌아오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과거를 용서받는 기쁨을 얻게 됩니다.  그에게 요구된 것은 단지 새로운 결단과 그것을 실천할 용기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큰아들은 늘 아버지의 주변에 머물러 왔기에 새로이 회개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자신의 행복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삶을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악마와 악마의 친구가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걸어가던 어느 사람이 허리를 굽혀 길에서 무엇인가를 줍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하고 악마의 친구가 물었습니다.  "진리의 한 조각이로군."이라고 악마가 말했습니다.  "사람이 진리 조각을 주웠는데 그래도 자넨 속상하지 않나?"하고 다시 친구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악마가"속상할 것 없지.  난 저 사람이 저걸 종교적 신조로 믿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와 같이 우리는 진리에 가까이 있다고 느낄수록 자신의 아집에 쉽게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큰아들의 잘못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끊임없는 회개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계속해서 맺으며, 감사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며, 이럴 때 우리는 바리사이파, 율법학자처럼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온 것이다"라고 하심으로써 사랑과 용서로써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를 회복시키려 하십니다.  사랑과 용서만이 작은아들과 큰아들 모두를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스스로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편협하고 이기주의적이고 관대하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구원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부모님과 자녀들과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얼마나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십니까?  혹시 냉전상태는 아닙니까?  부모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모인 우리들은 자녀들이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습니까?  부모님은 모든 것을 용서하고 손을 내밀고 계신데 쓸데없이 버티고 있거나 아예 무관심하게 오랫동안 남처럼 지내고 있는 건 아닙니까?  이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의 죄를 묻지 않으시고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계신 그분과 화해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도 돌아보고 진정으로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하느님께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다면 인간적으로 어려운 부모님과 자녀들과의 관계도 쉬워질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됩니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것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모두 다 하느님께로부터 왔습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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