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오직 사랑만이 문이 되게 하소서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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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koungho] 쪽지 캡슐

2003-09-14 ㅣ No.1781

 꽃이 떨어진 나뭇가지마다에

 풍성한 열매들을 매달아 놓고

 우리를 초대하는 가을

 태풍과 폭우와 죽음으로 가득했던

 우울한 여름이 물러선 그 자리에

 지금은 조용히 가을이 빛나고 있읍니다

 

 땀과 습기에 젖고 피곤했던

 일상의 시간들을 햇볕으로 말리며

 황금빛 들판을 내다보면

 슬픔 중에서도 조용히 자라온 삶의 기쁨이

 벼이삭처럼 영그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오늘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형제로 모여온 자리

 처음 만났지만 낯설지 않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마음의 자리마다

 설레임의 흰 꽃들이 피어납니다

 

 어둠과 절망의 벼랑 끝에서도

 하늘을 보며 다시 시작한 믿음이 있어

 더욱 환히 빛나는 얼굴들이여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하나의 문임을 확인하며

 뜨겁게 마주 앉은 소중한 사람들이여

 

 늘 함께해야 할 너와 내가

 함께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을 뉘우치며

 서로 용서 청하는 이 따스한 만남의 자리

 

 무관심을 관심으로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자리

 편견으로 닫혔던 마음을 활짝여는 우리의 오늘을

 주님은 부디 축복해 주십시오

 

 우리가 함께 믿고 희망한다면

 우리가 함께 돕고 나눈다면

 꼭 이루어질 기쁨과 평화의 나라

 사랑이 승리하는 이 나라에서

 우리 모두 하나로 살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 서로

 눈이 안 보이는 이에겐 밝은 눈이 되어 주고

 귀가 안 들리는 이에겐 밝은 귀가 되어 주고

 손과 발이 불편한 이에겐

 튼튼한 손과 발이 되어 줄수 있는

 구체적인 사랑을 배우고 익혀

 아무도 소외되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주님 당신 친히 그리하신 것처럼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들어가는 문이 되리니

 이 문으로 가기 위해

 고통으로 상처받고 피흘리더라도

 결코 삶의 희망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 주십시오

 

 조그만 씨앗 하나에서

 커다란 열매가 태어나듯이

 작게 시작하는 우리의 사랑이

 언젠가 이 세상을 사랑의 큰 숲으로 덮으리니

 

 이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잠시도 잃지 않고 살게 해 주십시오

 

 가장 먼저 사랑을 실천해야 할

 용기있는 그 한 사람이

 멀리 있는 그 누군가가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거듭 깨우치게 하소서

 

 주님 당신 앞에 우리는 모두 어떤 모양으로든지

 안팎으로 크고 작은 장애를 지니고 사는 이들이오니

 치유자이신 당신의 사랑 안에서

 서로 더욱 아끼고 위하고자 합니다

 작은 자의 자리로 겸허이 내려앉고자 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소중한 형제로 확인하며

 새롭게 바라보는 이 자리에 앞으로의 삶에

 주님은 늘 함께 계셔 주십시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처럼

 기쁨의 포도주를 더 많이 항아리에 채우시기 위해

 성모님도 우리 곁에 함께 계셔주십시오

 

 천상에서 찬미의 노래를 부르는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성녀들도 오시어

 우리 믿음의 심지에 불을 붙여 주십시오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용서와 화해로 이어진 마음의 다리 위에서

 우리 서로 맑은 눈빛으로

 정답게 손을 잡은 은혜로운날

 

 참고 기다리는 신앙의 먼 여정을

 아직도 계속해야 할 우리가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당신께 청하오니

 주님 이 세상 모든 이가 하나 되기 위해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들어가는

 아름다운 문이 되게 해 주십시오...

 

 추신 : 동대문본당 형제님들 주님께서 은혜로운 자리를마련해주심에

       ( 9월 남성하상회 피정 ) 감사드리며 많은형제님들참석하셔서

        주님과 함께 친교나눌수있기를바랍니다.

       윗 글은 이해인 수녀님 께서 쓰신글인데 우리본당하상회를 아시고

       쓰신글같아 ^^* 올려봅니다  소리내어읽어보시면 더좋을듯합니다

       날씨가 아침저녁으론 쌀쌀해집니다 건강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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