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5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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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4-08 ㅣ No.691

                        사순 제5주일(나해, 2000. 4. 9)

                                                  제1독서 : 예레 31, 31 ∼ 34

                                                  제2독서 : 히브  5,  7 ∼ 9

                                                  복   음 : 요한 12, 20 ∼ 3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봄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 때문에, 건조한 날씨에 목말라 하는 자연을 보면서 힘들어하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자연은 위대합니다.  자연의 시간은 조건이 어떠하던 간에 꽃을 피우고 새싹이 돋아나도록 준비하는 것을 보면 힘들어 주저앉아버리는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지고 싶어합니다.  정말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서 언제나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가져다 놓고 싶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꽃을 꺾어 가지고 온다면 결국 그 꽃은 일회적인 모습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러나 씨를 받아다 심든지, 묘목을 심는다면 그것을 가꾸는 동안 힘들고 속상할 때도 있지만 결국 기쁨을 얻게 됩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선물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야훼 하느님은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해 새 계약을 선물로 우리에게 주십니다.  하느님의 심판의 말씀을 전하던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스라엘에 대한 야훼 하느님의 구원의 내용이 담긴 위로의 말씀을 전해 줍니다.  책이나 석판으로 없어지고 잊어버릴 수 있는 계약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새겨주시는 새 계약을 선물로 주십니다.  마음에 새겨주신 것이기에 거짓말로 위조하지도 못할 것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걱정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하느님의 선물로 우리의 마음이 바뀌게 됩니다.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기도와 간청을 봉헌함으로써 당신을 바치셨듯이 그 사랑을 알고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대접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비와 용서를 주시는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자비만을 얻고자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비를 주시는 하느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럴 때 보기 좋은 꽃만을 겪어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꽃을 피우게 하는 뿌리와 줄기도 함께 알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리스인들은 예수님을 뵙게 해달라고 사도들을 찾아갑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뵙게 해달라고 합니다.  끊임없이 예수님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보고 안보고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외부적인 것으로 찾을 것이 아니라 진실로 만나야 합니다.  예수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시간은 예수님의 생애 전체가 당신 삶의 절정이 될 그 '시간'.  이는 영광 받는 시간과 합치되는 십자가 위에 높이 들어 올려지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성부의 영광을 드러내고 자신도 영광을 받는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 동안의 회개와 절제로 예수님께 가까이 가야하겠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이 되어 주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어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하시겠다는 예레미야 예언서의 '새 계약'은 하느님께서 십자가위의 그리스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베푸시는 사랑의 결정적인 선물입니다.  새 계약의 본질은 용서입니다.  인간의 잘못으로도 사랑이 흔들리지 않고 용서하시며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믿는 신앙 인으로서 나 자신을 먼저 반성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예수님의 삶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같이 있게 될 것"이라며 우리를 당신 가까이 부르십니다.  십자가를 먼저 지시고 앞서가시는 예수님을 따라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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