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연구소 자유게시판
소제 |
---|
오랜만에 처형네를 방문했다. 동서 형님이 갑자기 돌아 가시고 나서 첫 방문이었다. 우리 각시가 오라고 해서 갔다가 하루 밤 잤다.
아침상에 소고기 국이 걍 군침이 돌게 한다. 엊저녁에 쐐주를 세 병이나 제겼었기 때문에 참말로 기가막힌 국이었다.
수저를 드는 순간 소고기를 하나 하나 일일이 골라내어 작은 그릇에 담아내었다.
처형 : "아니~ 고긴 왜 골라내요?" 나왈 : "처형은 멀 몰라도 한참 몰라. 지금 광우병 땀시롱 세상이 온통 거시기 하는 판국인데 말이야~!" 처형 : "어이구~ 아무렴 수입고기로 끓였을까~ 한우예요 한우~! 난 한우 아니면 안끓이니깐 안심하고 드셔~ 에구~!" 나왈 : "암튼 조심하는 게 상책이야~!" 함시롱 연상 하나 하나 골라 기어이 다 건져내었다. 처형 : "오래 살고 싶어 안달나시네 그랴~!" 각시 : "그게 아니구 오늘이 금요일...." 나왈 : 눈을 흘김시롱 "쯧~" 하니깐 말하려다가 만다. 처형은 아직 원죄의 때를 벗지 못한 사람 아닌가. 그러니 소제 지킨단 말을 이해할 리가 없으니 걍 가만이 잠자코 있으란 신호였다.
소고기국을 먹는다고 소제를 깰리가 없었다는 것쯤은 안다. 더구나 내 집이 아니니 자유스럽지 못한 관계로 처형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걍 먹어도 된다. 그런데 순간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대신속죄해야 한다는 상념이 뇌리를 파고 들었다. 나라도 깔축없이 소제를 지켜야지! 하는 생각이 앞섰다.
"아버지 하느님!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