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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람 [cheska] 쪽지 캡슐

1999-12-10 ㅣ No.597

심은하가 나왔던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에서

실연을 당한 철수에게 춘희가 위로하면서 읽어준 시입니다~

정말 좋아여~

 

김용택님의 사랑..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들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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