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늘 그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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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 [ychul] 쪽지 캡슐

1999-12-22 ㅣ No.2665

늘 그 자리에

       - 어느 죄인의 고백   

 

천지가 창조되기 전                                

혼란스러웠던 모습처럼                               

제 마음속의 소요가                                

한바탕 지나간 뒤에야                                

당신께서 계심을 알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돌아가는 일상의 삶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 자리에서

문득 무엇엔가 끌려 잠시 고개 돌릴 때에야

당신께서 계심을 알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

 

현자처럼 살려했고

선인처럼 살려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 자신에게로

눈을 돌릴 때에야

당신께서 계심을 알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

 

세상의 달콤한 유혹에 헤매일 때

아니 그 유혹 속에

태연히 내 몸을 내어 맡길 때에도

당신께서는 함께 계셨습니다.

늘 그 자리에.

 

당신의 그 사랑이 제 맘에 버거워

마치 이단자처럼

당신께로부터 벗어나고 픈

갈등에 방황할 때에도

당신께서는 함께 계셨습니다.

늘 그 자리에.

 

아!

가슴속에 고동치는 사랑이여!

아무리 퍼 내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이시여!

이 세상 가장 큰 허물은

바로 당신의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한 것임을

알게 해 준 사랑이여!

 

늘 그 자리에

당신이 계심을 알지 못하고

늘 한결같은

당신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마치 성자인 양 자부하며

살아왔던 숱한 나날들

 

그러나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음을 깨닫던 날

당신이 계심을 알기에

마음속에 울리는

평화의 종소리

이제서야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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