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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활과 부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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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hain716] 쪽지 캡슐

2002-03-31 ㅣ No.91

예수님 찬미!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첫 번 말씀이

"받은 부조금이 모두 얼마나 되냐?"였다는 것이다.

 

스승이 무참하게도 십자가에 처형되시자 모두가

다 도망가 버렸었던 제자들은 묵묵부답으로

머리만 걍 긁적거릴 뿐이었다는 것이다.

 

현대판 속설이지 싶은 이 이야기에서

언젠가 친구들로부터 부조금을 미리

받아 두었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본당에서 바자회가 있었던 주일이었다.

낮 교중미사를 마친 나는 바자회 후의 뒷처리와 정리를 위한 준비 차

젭싸게 집에가서 추리닝 차림으로 갈아입고 다시 성당엘 왔다.

 

청년과 학생들 몇몇이 <먹거리부> 앞에서 날 쳐다보며 짓는 윙크 제스쳐가 요란했었다.

앗~차~! 텅 빈 주머니에 손이 들락날락 거리다간~

"먹고 싶은 만큼 걍 주시오." 하고는 이내 돌아섰다.  

주님이 주시는 섬광처럼 번뜩이는 기지를 실행하고자 돌아선 것이다.

 

"야~ "

"응? 어~ 너 한 잔 더해라."

"쨔샤~ 그게 아니고 말야~"

"뭔데~"

"너 말이야 쨔샤~ 만약에 내가 죽으면 빈손들고 내 앞에 나타나진 않겠지? 당연히 부조금은 들고 올거아냐?"

"아니~ 죽지도 않은 놈이 웬 부조금 타령이냐? 엉~ 술이나 들어~"

"좌우지간에 너 말야~ 그 때 부조금 얼마 가지고 올래? 너 최소한 더럽게 잡아도 삼만원은 걍 들고 올거 아냐 응?"

"...?? 그래서~?"

"그래서가 아니고 쨔샤~ 그때 가져올 부조금이 삼만원이라 치고 말이야~ 지금 디씨해서 만원만 받을테니 쨔샤~ 미리 지금 좀 내라 그말이다 쨔샤~"

"...???!!! 어~허~엉~ 그러니깐 부조금 디씨해줄테니 미리 좀 달라 그말이냐?"

"쨔샤~ 알아 들었으면 지금 걍 바로 집행해~ 쨔샤~"

주변의 시끄러운 비아냥이 귀에 들릴리 없는 난 이렇게 해서 간단하게 만원을 받아각꼬 in my pocket 해 놓고는, 다시 서둘러 돌아다니며 한 서너 차례를 반복하고 나니 금방 음식 사 줄 밑천이 두둑해졌다

 

<먹거리부>로 달렸다. 예의 청년 학생들이 다 먹기 전에 음식 값을 치렀다. 인심써가며 거드럭거림시롱 지불했다. 감사 감사 감사의 연발 연호를 뒤로한 난 참말로 그날의 기분이 넘넘 좋았었다.

 

그 후로 가끔 그 때 그 친구들을 만날적마다 으래끈 "부조금 미리 받아 쳐먹은 놈" 소리 나오기 전에 난 미리 선수를 쳤다. "야~ 그때 말이야~ 내가 너한테 디씨를 너무 많이 해준거 같아~. 그건 말이야 아무래도 상법 위반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걍 내 양심상 영 거시기 하니깐 말야~ 한 만원만 더 내라 쨔샤~응?"

 

주님의 부활과 연관된 부조금 유모어 덕분에 우리는 배꼽이 걍 머시기 해지는 가운데 오늘도 술잔을 기울임시롱 사귀며 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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