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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14-02-26 ㅣ No.486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 마르코 9,38-40
그때에 38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3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묵상> 

오늘 제1독서는 우리에게 사람이 내일 일을 알지 못하며 인간의 생명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 같다고 경고합니다. 이 말씀을 귀담아들어 우리가 바삐 달려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출 때, 거기서부터 비로소 우리의 인생이 변화될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의 방식 곳곳을 덮고 있는 ‘허세’의 삶이 ‘헛됨’ 위에 서 있음을 깨달을 때만이 그것을 벗어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삶이 참으로 약하고 위태로운 지반에 서 있음을 철저하게 느끼게 하는 글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의 『팡세』입니다. 파스칼에 따르면, 인간은 무(無)로 사라져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낄 때마다 어딘가에 몰두함으로써 그 의식의 두려움에서 달아나려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유희’에서 잘 드러납니다. “비참함, 우리의 비참함을 위로해 주는 유일한 것은 유희(오락)이지만, 그것은 우리의 비참함 중에서 가장 큰 비참함이다. 오락은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사람들이 진지하고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할 때에도 이러한 허무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점을 파스칼은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고, 싸우며 왕이 될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왕이 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은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됩니다. ‘최고’가 되려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는 대신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삶이 주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며, 이러한 깨달음에서 참된 삶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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