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숨은 일도 보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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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14-03-05 ㅣ No.487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 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묵상>

올해의 사순 시기는 봄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성무일도』에서 사순 시기의 찬미가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어느덧 세월 흘러 봄이 돌아와/ 사십 일 재계 시기 다가왔으니/ 교회의 신비로운 전통에 따라/ 마음을 가다듬어 재를 지키세."봄바람에 설레는 마음으로 꽃나무에 새순이 돋아난 것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을 닮아 무엇인가 새로워지고 싶은 갈망이 일어납니다. 교회는 이러한 바람을 그저 흘려보내지 말고 실현해 볼 것을 촉구하며 재계를 지키라고 권고합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재계를 지킬 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신앙인답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의 이러한 종교적 실천은 결코 수행을 위한 수행이 아니며,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뜻해서도 안 됩니다. 오히려 이 종교적 실천은 세상 안에서 주님의 뜻대로 정의와 자비가 꽃피기를 기다리고 또한 그것을 위하여 헌신하려는 노력에 속합니다. 그래서 단식과 자선의 참된 뜻은 주님의 날을 기다리며 세상에 선을 실천하려는 갈망 속에서 드러납니다.


러시아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걸작 '희생'은, 늙은 아버지가 들려준 한 수도승의 전설에 따라 바닷가의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땅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모습입니다.


세상의 큰 불의와 고난을 생각하면, 우리의 작은 실천들은 어쩌면 죽은 나무에서 꽃이 필 것을 기다리며 물을 주는 아이의 모습과도 같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시는 분이 바로 이 봄에 우리 마음에 찾아오신 주님의 성령이십니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며 그것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만이 새롭게 변화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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