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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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왔습니다. 손을 내밀면 덥석 잡힐듯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이제 어떤 명분으로도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득부득 다가서는 그를 더는 밀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달이나 전부터 그에 대해 수없이 얘기했던 것은 그를 만나는 순간 푹 빠지고 말 것 같은 예감으로, 그건 기다림의 전초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를 곁에다 두고도, 아니면 그 안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자주자주 그를 그리워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잠시 머물다 떠나갈 덧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문득 그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긴 기다림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만남과 떠남과 재회의 그 끝없는 순환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애써 담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거짓없이 말하라면 나는 그가 좋습니다. 부드럽게 얼굴을 감싸고 목덜미를 간지르고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어우르고 지나가는 저녁 바람과 신비로운 꽃향기, 그가 가져오는 달콤한 유혹에 기꺼이 흔들립니다. 해마다 그 모든 것을 어김없이 가져다 주는 그는 바로 내 생애 수도 없이 만나는 새봄입니다.
s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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