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올해는 돈벼락 맞아봐, 건강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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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4 ㅣ No.11970

일가친척 모이는 설날, 진짜 증후군은 ‘덕담 증후군’일지 모른다.

덕담인양 주고받는 말들이 뜻밖의 스트레스와 불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덕담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그 노하우를 들었다.

① 불황기, 걱정하고 위로하지 마라

공문선 커뮤니케이션 클리닉 대표는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울 땐 걱정하고 위로하는 덕담은 피하라”고 말한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가장에게 “많이 힘들지? 애들 생각해서라도 힘내야지” “어려워도 꿋꿋이 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같은 말들은 겉보기엔 그럴듯해도 상대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

공문선 대표는 “상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돈 벼락 맞으세요!” 식으로 좀 허풍스러워도 긍정적인 덕담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제 경우는 ‘올해 파란만장하게 사십시오’ 합니다. 푸른색 만 원짜리 지폐 만장, 즉 1억 벌으시라는 뜻으로요.”

박정희 이레아동가족상담연구소장은 “가족치료에 ‘긍정적 의미 부여(positive connotation)’라는 기법이 있다”면서, “직장을 그만 둔 가장에게 ‘당신은 충분히 쉴 가치가 있어요. 열심히 일하셨잖아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어요’라는 덕담을 건네보라”고 조언한다. 

② 대학, 취업…먼저 말하기 전에 묻지 마라

연세대 인간행동발달연구소 최윤식 연구원은 “대학, 취업처럼 민감한 사안은 상대가 먼저 자랑하기 전에는 묻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충고한다.

박정희씨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조카라면“누구나 다한번에 성공하지는 않아. 너에게 더많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덕담하란다.

취업에 실패한 조카에겐 “100번의 도전 기회가 있다면 네겐 아직 93번의 기회가남아있는데 뭘” 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자. 공문선 대표는 “이슈와 직접 상관없이,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

인생은 마라톤이니 밥 잘 챙겨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③ 윗사람이라고 섣불리 훈계하지 마라

최윤식 연구원은 “윗사람이라고 훈계나 평가가 담긴 덕담이나 농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올해는 살 좀 빼서 시집 가야 하지 않겠니?” “어이, 백수! 올해는 취업해서 이 삼촌도 내복 한 벌 얻어 입는 거냐?” 같은 말들은 경솔하다.

“친척끼리 그런 말(농담)도 못하나 싶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봤다고 저런 무례한 말을 함부로 하나’ 생각한다는 거죠.”

공문선 대표는 “충고는 어린아이도 싫어한다는 속담이 있다”면서“‘너를 특별히 아끼니까 하는 말’이라는 식으로 변명해도 당사자는 고까워한다”고 말했다.

박정희씨는“가능하면‘왜?(Why?)’를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판단, 비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요.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④ 말없이 몸짓과 눈빛의 덕담을

서툰 덕담으로 손해 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듣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자기 입장에서만 말한다”는 점이다.

최윤식 연구원은 “상대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감정이입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말 대신 제스춰로 덕담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손을 꼭 잡아주면서 신뢰의 눈빛을 주고 받거나,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면서 포근하게 안아주는 방법.

특히 몸이 아픈 사람에겐 이런 몸짓 언어가 더 좋다. 손 한번 잡아준 뒤“그 동안 몸 돌볼 겨를 없으셨지요? 이제부턴 모든 일 제쳐두고 몸만 챙기세요”라고 짧게 덕담해보자. 아픈 사람에게 “어머나, 안색이 너무 창백하세요” “살이 이렇게 빠져서 어떡해요” 식의 호들갑은 상대에게 우울감만 더해준다.

⑤ 고전을 이용한 덕담도 좋아요

다음은 박재희 동양고전연구소장이 고전에서 뽑은 4가지 케이스별 덕담 사례다.

구조조정 당한 가장 :“손자병법의‘차시환혼(借屍還魂)’이란 말처럼 남의 주검을 빌려서라도 내 영혼을 살린다는 의지로, 옛 생각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내일을 찾아 영혼을 항해하는 것도 행복한 일일세”

대학에 실패한 자녀를 둔 부모 :“노자의‘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처럼 진짜 큰 그릇은 영원히 만들어지는 법. 자식이 정말 큰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네.”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조카 :“맹자 왈, 하늘이 장차 큰 일을 시키려고 할 때는 반드시 그 마음을 고생시키고 그 육체를 힘들게 한다고 했지. 시련을 인생의 경쟁력으로 전환시키는 사람이 성공하네.”

몸이 아픈 친척 :“한비자 왈,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 물에 빠지고 말을 잘 타는 사람이 말에서 떨어지는 법. 아픈 사람이 더 자주 건강을 챙기기에 오히려 생명력이 있으니 걱정 말고 몸을 찬찬히 돌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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