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팻말만 남은 '공주님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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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ㅣ No.11922

미국인 10분의1이 식량 부족

미국 집 10분의1은 압류 임박

원인은 미국의 수십년 과소비

미국 개혁해야 세계경제 안정
 
 
지금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다.
미국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무료 급식 교환권(Food Stamp)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필요한 양의 음식을 확보하지 못하는 인구가 3600만명에 달하고 그 중 1500만명 정도는 끼니를 거른다.
 
미국 전국에서 벌어지는 음식 무료 배급 행사는 늘 장사진(長蛇陣)이다.
멀쩡한 백인들도 줄을 서 있다.
과거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의 문제였던 빈곤, 기아가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화려한 겉모습 뒤에 어두운 구석을 안고 있던 나라였지만, 최근의 경제 위기로 사회의 그늘이 종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도저히 미국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통계 숫자들 중에서도 놀라운 것은 집과 관련한 것들이다.
현재 미국 전국의 주택 10채 중 1채는 집 주인이 주택 대출 원리금을 못 갚고 있는 집이거나 그 때문에 압류된 집이다.
7, 8, 9월 석 달에만 미국에서 130만 채의 주택이 압류당했다.
가차 없이 날아오는 주택 압류 통지서를 받은 미국인들은 많은 경우 기적만 바라고 앉아 있다가 운명의 그날이 닥치면 모든 가재도구를 그대로 둔 채 몸만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라선지 속수무책이다.

주택 압류는 한 가족의 삶과 꿈이 몰락하는 비극적 현장이다.
그러나 그 현장은 미국이 당면한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미국 언론에 나온 버지니아 어느 주택의 압류 모습이다.

'주택 압류 전문회사 직원들이 목표 주택에 도착했을 때 집주인과 가족은 이미 집에 없었다.
직원들이 할 일은 그 가족이 남겨두고 간 가재도구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 잔디밭에 쌓아두는 것이다. (가재도구들은 대출 원리금을 못 내 쫓겨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이고 종류와 양이 엄청난 경우가 많다.)
압류 회사 직원들은 이 집 안주인의 구두들 앞에서 잠시 일손을 멈춰야 했다.
일일이 세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그 구두들은 결국 무더기로 쓰레기 봉투로 들어갔다. 두 시간 만에 잔디밭에 쌓인 물건들이 산(mountain)을 이뤘다.'

미국 경제를 잘 아는 한 금융인은 이번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미국인들의 과소비를 꼽았다.
투자자 조지 소로스도 "미국 소비자들은 만들어 내는 것보다 6∼7% 더 많은 소비를 하는 습성을 가졌다"고 했다.
미국에서의 느낌으로는 과소비가 6~7% 정도가 아니라 20~30% 이상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10월 한 달에만 572억 달러이고 미국의 내년 재정 적자는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아도 아찔한 이 적자들은 결국 미국인들이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많이 쓴 과소비의 결과다.
이 판국에도 의회 관광객 안내소를 짓는 데 6억 달러를 퍼부은 나라가 미국이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군사·사회가 다 과소비다.
이 집의 압류도 결국은 분에 넘친 과소비가 부른 비극이랄 수밖에 없다.

집주인 남자는 길 건너편에서 자기 집 물건들이 밖으로 들려 나와 잔디밭과 길거리에 쌓이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문은 그를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고 썼다. 지금 미국이 처한 상황도 이 집주인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압류 회사 직원들은 아이들 방 처리하기를 꺼린다. 제 자식 생각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집도 어린 딸이 있었다. 그 아이 방이 제일 마지막에 처리됐다. 벽에는 '공주님이 잠자는 곳'이란 팻말이 걸려 있었다. 집이 완전히 텅 빈 뒤 남은 것은 이 팻말 단 한 개뿐이었다. 한때 공주님이 잠들던 방은 창고처럼 바뀌었다. 이게 미국인들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상당 부분 미국인들의 소비에 얹혀 성장해왔다.
미국인들이 소비할 물건들을 중국이 대고, 한국은 중국에 수출을 하는 식이다.
그래서 지금 세계가 미국인들의 소비가 다시 살아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7000억 달러도 모자라서 다시 8500억 달러를 더 찍어내 소비를 살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사회의 근본적 개혁 없이 달러 찍어내기만으로는 미국 공주님들이 잠자는 곳은 물론이고 세계의 어린 공주님들이 잠자는 곳들은 결코 안전해질 수 없을 것이다.
                                                       - 양상훈 칼럼(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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