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반 게시판

[RE:6224]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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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자 [pink45] 쪽지 캡슐

2004-02-20 ㅣ No.49

 

봄에 피는 꽃과 나물들을 보니 수십년전 고향에서의 어린시절이

새삼 생각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꽃은 진달래와 제비꽃, 제비꽃을 우리

고향에선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의 바이올렛이라는 꽃과 비슷했죠.

뭐니뭐니해도 난 진달래꽃이 제일 아름다운것 같애요. 열살 미만일때 같은

또래 아이들끼리 뒷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따고 한창 물오른 송기를 벗겨 일명

송기떡을 만들었답니다. 꽃잎을 하얀 송기껍질로 돌돌 말아 땅을 파고 푸른

솔잎을 두껍게 깔은 위에 그 송기떡을 놓고 다시 솔잎을 덮은 후 익을 때를

기다린다고 한참을 기다린 다음 그것을 꺼내먹던, 사실 그게 무슨 맛이 있었

을까만은 그시절엔 어린애들다운 낭만과 꿈이었던것 같아 오랜 세월이 지났어

도 그리워지는 추억입니다. 제비꽃으로는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고 너무

예뻐 한없이 들여다보곤 했는데.....

 

찔레꽃나무 밑에서 찔레순을 꺽으며 뱀나올까봐 전전긍긍하던 기억, 어른들이

찔레나무 밑에 뱀이 잘 나온다는 말을 했기때문이었죠. 언젠가 (찔레꽃)이라는

가요의 가사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그 부분인데 찔레꽃은 붉은 색이 아니고 흰색이란 이야기였는데 내 기억에도

분명 흰색이었거든요. 지금 사진을 보니 역시 하얀색이네요.

돋나물이라고 불렀던 물김치 해먹던 나물도 낯익고 밭에 미나리꽝을 만들고

물을 채우던 기억도 나구요. 냉이 캐러 봄밭을 헤집고 다니다가 달래순을 발견

하면 횡재한것처럼 좋았던 기억도 납니다. 자연산 달래는 그리 흔하지가 않았

기에. 꼬마때 처녀들 따라 먼 산으로 산나물, 버섯따러 갔다가 쫄딱 소나기

맞고 떨던 기억도, 산비탈에 있는 남의 밭에서 참외 수박 따먹다가 앞니가 빠져

울던 친구도, 그때 그 처녀들은 모두 지금 어디서들 살고 있는지......

모처럼 봄의 정취에 흠뻑 빠져 옛날 고향에서의 봄을 추억들을 떠올려 보았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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