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단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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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andrea96] 쪽지 캡슐

2002-04-06 ㅣ No.243

단비가 내립니다.

메말랐던 대지에 촉촉히 적셔주는 고마운 비님이
내리고 계십니다.

오늘따라 커피향은 더욱 그윽합니다.
헤이즐럿이나 모카골드 원두커피는 아니더라도
자판기의 커피향에 단비의 향기가 섞여 들어서 인가 봅니다.

고운비가 내리고 농부의 논밭에 물꼬를 트는 모습은
갈증난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기에 충분합니다.

아파트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이 비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것이 조금 아쉽긴 해도 파릇한 나뭇잎을 위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꽃잎이 길바닥에 눈꽃처럼 제 할일을
다한듯 널려져 있는 모습은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오늘 아침
미처 몰랐는데 양말이 축축해져오길래 구두를 보니
물이 새고 있더군요.

새구두를 사놓은지 몇달됐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헌구두를
고집하는 이유가 사소한것에도 정이들면 쉽사리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성에서 기인하듯 저역시 그런가 봅니다.

나타나엘형제님이 저를 善友라고 하더군요.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것은 좋은데
또 善友라고 불리우는것도 좋긴한데

실제는 善雨입니다.
해석하자면 착한비...
세련되게 말하면 단비라는 얘기죠.

제가 악인이었음을 깨닫고 구원을 주님께 청해서 인가요?
그동안 봄가뭄에 애태우던 우리네에게 단비를 내려주심으로
주님의 자비하심을 다시 한번 보여준것으로 해석을 해봅니다.

그런 주님의 은총을 받고만 있어서는 안돼겠죠.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일 미사때 봉헌을 하라는 말씀이 계시더군요.
독서는 몇번 해봤지만 봉헌은 한번도 안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순명하기로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를 못봤지마는
제 집사람과 결혼식할때 빼고 나란히 공손하게 스텝을 마추어
걸어본게 어언 20년이 다가는데 새삼스러이 스텝을 마추어
나란히 걸어가는 일이 서툴어 발이 꼬일까봐 걱정입니다.

그러나 절대 그런일은 없을 겁니다.

만일 그런일이 벌어지면
나엘 형제가 끅끅대며 좋아하는 꼴을 어찌 두고 볼수 있겠는지요.

그런데...
나타나엘형제님은 나보다 영세받은지 훨씬 오래됏음에도 불구하고
미사때 독서나 봉헌하는걸 한번도 못보았으니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님께서는 못생긴 사람은 싫어하시나 보죠?
그러시지는 않으실텐데.....

그나저나
나타나엘 형제님을
나엘이라고 불러본지도 기억이 가물한데
언제나 그리 불러 볼수 있을런지...
반성 좀 하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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