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어머니의 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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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큰댁조카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연로하신 시어머님께서는 이제 그런 자리에도 참석 못하시고 그냥 집에서 자손들이 들려주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리들이 우르르 몰려갔지만 길이 막힌다는 핑계로 차 몇모금 마시고는 금방 어머님 앞을 물러나려니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러시듯이 서운한 기색은 안 보이시고 그래 길이 막히면 고생하니 어서 서둘러라... 하시며 우리 등을 떠밀으셨습니다 그리고 내손을 잡아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비닐에 꽁꽁 싼 핸드백을 내미셨습니다 이게 뭐예요? 으응, 이거 그전 때 네가 사준 가방인데 이젠 내가 외출할 일도 없고하니 도로 네가 쓰렴... 어쩜, 참 낯선 가방이였습니다 내가 이걸 사드렸었나?? 자세히 보니 가죽도 아니고 합성가죽제품이였습니다 집에 와서 보아도 그 가방은 부끄러움이였습니다...2001년 11월에 쓴 글...
어머니의 가방은 이제껏 작은 방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채 놓여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그 가방을 꺼내어 수건으로 닦아 보았습니다 한참을 문질렀더니.. 제법 윤기가 돌며... 웬지...따스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올해 초, 방 정리를 하면서 내다 버릴까..망설였던 구닥다리 가방... 그러나.. 이젠 나의 정성이 이 정도였구나..하는 후회스러움으로 더욱 가슴이 메이는 어머니의 유품이 되었습니다...
지난번 저희 시어머님 (유인준 마리아)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먼길까지 찾아와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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