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한마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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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08-11-12 ㅣ No.33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좋은 생각’ 중에서)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사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심한 화상으로 자식들을 돌볼 수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다. 한편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식들은 아버지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흉한 겉모습에 충격을 받고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다.

어느덧 자식들은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외롭게 살다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와 왕래를 끊고 살던 자식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큰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장례식에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왔는데, 아버지가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일러 주었다. 하지만 자식들은 산에 묻으면 때마다 돌봐야 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을 것 같다며 화장을 했다.

장례를 마치고 아버지 유품을 태우던 자식들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아버지가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적혀 있었다. 어릴 적 자식들의 불장난으로 집에 불이 났고 자신들을 구하다 화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 사고로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죽은 아내와 자식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일기장에 편지를 썼다.

“여보, 당신을 구하지 못한 날 용서하구려.”

“아들과 딸아,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했지만 마지막 부탁이 있다. 내가 죽으면 부디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평생을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살았단다.”

뒤늦게 자식들은 통곡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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