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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말속에 스며있는 종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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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선교분과 [dangin] 쪽지 캡슐

2002-04-27 ㅣ No.10

우리가 일상 쓰는 말들 가운데 종교와 관련된 것들이 상당히 많다. 신앙인이든 신앙인이 아니라고 자처하는 이든간에, 그 말을 들어보면 종교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겨레의 본성에는 자연 종교의 뿌리가 깊이 박혀 있고, 일상 언어 표현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 표현 가운데 종교와 관련된 말은 첫째 하느님, 둘째 상선벌악, 셋째 영혼의 존재 및 내세관, 넷째 여러 귀신, 다섯째 무속이나 기원 행위와 관련된 말 등이다.

 

 

 

1. 하느님과 관련된 말

 

하느님 : (하늘+님)에서 ’己’이 탈락되어 이루어진 말. 곧 하늘을 존대하여 부르는 말. 이 경우 하늘은 단순한 창공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주인 곧 우주 만물의 주재자를 뜻한다. 이런 하느님을 나타낼 때 ’하늘’ 또는 ’천(天)이라 하지만, 좀더 경건한 마음으로 말하고자 ’님’자를 붙인 것이다. 이 ’하느님’이라는 말은 19세기 초엽에 개신교의 선교사 존 로스(John Ross)가 성경을 번역할 때 처음 썼던 말인데, 1935년 표준말로 인정되면서 일반에게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후 이 말은 개신교와 천주교의 공동 번역 성서에서 그리스도교 개념의 ’하느님’으로 공식 인정되었고, 일반 비신자들도 종래에 써오던 ’천신’(天神)이나 ’하늘’등의 말 대신에 이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요컨데 이 말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하느님 사상을 나타낼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개념의 하느님을 다같이 가리키는데, 어느 경우나 절대자, 창조주, 우주의 주재자를 가리킨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하나님 : 개신교 신자들이 주로 쓰고 있는 말. 본시 초기 개신교 성서에서 ’하나님’으로 쓰이다가 아래아(·)의 소실 이후 나타난 형태이다. 이 말은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고, 거의 개신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으로 이해되고 있다.

 

 

 

천주 : 중국에서 전래하여 천주교에서 하느님의 뜻으로 오래 동안 쓰여 왔었다.

 

 

 

천신: 한자어에서 온 말이나 우리 나라의 전통적 최고신을 가리키는데 주로 쓰여 왔다.

 

천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신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지배 통솔하고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재하는 신으로 여겨오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하느님 개념에 가장 가까운 말로 쓰여 왔으며, 요즈음에는 하느님으로 대치되고 있다.

 

 

 

천제(天帝) : 삼국유사나 삼국사지등에 나오는 말로 일찍부터 하느님을 가리키는 말로 쓰여왔다. 북부여의 해모수 왕은 천제의 아들이라 하였고 삼국시대에는 천제에게 정기적으로 제사를 지냈다. 중국에서 비롯되었으며 상제라고도 한다.

 

 

 

천지신명(天地神明) : 천지조화를 주재하는 신인데 신명은 선신을 가리킨다.

 

 

 

천지개벽(天地開闢) :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암시한다.

 

 

 

조화신(造化神) : 창조주라는 뜻 조화는 우주 만물을 오묘히 내고 섭리하는 것을 뜻한다.

 

 

 

섭리 : 신이 인간의 이익을 염려하면서 세상의 모든 일을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도교의 용어로 채택되어 하느님이 영원한 계획에 따라 우주만물을 질서있게 유지하고 다스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인간을 특별히 내시고 보살피는 하느님 또는 하느님의 거룩하고 선함 등의 속성을 암시하는 말들로는 다음과 같다.

 

하늘 : 하늘이 내신 분/하늘이 점지한 아들/하늘이 도우셨다/하늘이 안다/하늘이 내려다본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하늘 같이 믿는다./하늘이 무너지는 듯하다

 

하느님 : 하느님 살려 주십시오/하느님 맙소서

 

천 : 천생증민(天生蒸民)곧 하늘이 사람을 살린다/민심은 천심이다/천정배필/지성이면 감천이다

 

신성(神聖) : 신성불가침, 신성한 제사, 신성한 종교

 

성스럽다 : 성스러운 제사, 성스러운 교회, 성스러운 신의 뜻

 

하늘 마음 : 하늘처럼 맑고 밝고 넓고 고요한 마음

 

하늘 눈 :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는 신비스런 마음의 눈

 

 

 

2. 상선 벌 악과 관련된 말

 

하느님은 상선 벌 악을 하시는 정의의 주재자임을 나타내는 표현도 많다.

 

 

 

하늘 무섭다 :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하늘 무서운 줄 알라

 

하늘 높다 : 하늘 높은 줄 모른다(속담, 무엄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암시한다.)

 

천벌 : 천벌을 맞는다.

 

천인 공노 : 천인이 공노할 일이다.

 

하늘 벼락 :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다.

 

순천자흥(順天者興), 역천자망(逆天者亡):하늘 뜻을 따르는 사람은 잘 되고 하늘 뜻을 거스리는 사람은 잘 못된다는 뜻

 

 

 

3. 영혼의 존재 및 내세관과 관련된 말들

 

넋 : 넋이라도 있고 없고/넋두리(무당이 죽은 사람의 넋을 대신하여 하는 말)/넋 건지다/넋 나가다/넋 전(노 자 돈)

 

얼 : 얼빠진 사람/겨레의 얼

 

영혼 : 영혼을 천도시키다/혼 뜨다

 

영(靈) : 사람에는 영이 있다

 

혼백 : 혼비백산(양기의 영은 혼이고 음기의 영은 백이라 하기도 한다)

 

지노귀새남 :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도시키는 굿, 씻김굿이라고도 함(’새남터’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신주 : 신주를 모시다

 

저승 : 저승/저승길/저승 말(저승의 심부름꾼이 타고 오는 말)/저승빚

 

저 세상 : 저 세상으로 돌아가셨다(’돌아가시다’라는 말은 우리를 내신 하느님과 그 나라의 전제로 쓰이는 말이다. 이는 불교의 윤회설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황천길, 노자 돈, 하늘 나라, 천당, 지옥, 극락 등도 내세관과 관련이 짙은 말이다.

 

 

 

4. 여러 귀신과 관련된 말

 

우리나라에는 만물 유신(萬物有神)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신이 있는데, 자연, 동물, 사람, 행사들과 관련된 신이 각기 이름을 가지고 존재한다고 알고 있다. 나무 돌등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집 짓고 이사하고, 흙을 다루는 데도 조심하며, 동물들도 어떤 신과 관련 있다고 믿어 숭상하는 일조차 있다. 이 숱한 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신’ 또는 ’신명’이라고 하는 선신(善神)과 ’귀(鬼)’라고 하는 악신이 그것이다. 양자를 합해서 귀신이라고 하여 구별없이 쓰는 일도 있으나 이익의(성호사설)등에서 신은 양령(陽靈)이라 하고 귀는 음령(陰靈)이라 하여 구분한바 있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의 천사와 마귀의 구분과 흡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신과 귀의 이름들을 예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가위(자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귀신)/굴 왕 신(무덤을 지키는 귀신, 대개 모습이 남루함)/도깨비(동물이나 사람의 모습을 한 잡신)/두억서니(사나운 귀신의 하나)/몽달귀신(총각이 죽어서 된 귀신)/손말명(처녀가 죽어서 된 귀신)/서낭신(마을을 지키는 신)/성주(집을 지키는 신)/손(날자에 따라 해를 주는 신)/영산(참혹하고 억울하게 죽은 넋)/저퀴(사람을 몹시 앓게 하는 귀신)/터주님(집터를 지키는 귀신)/조왕대신(부엌을 담당하는 신)/산신령(산을 맏아 관리하는 신)

 

 

 

5. 무속이나 기원 행위와 관련된 말

 

천신, 하느님을 비롯한 많은 귀신의 존재를 믿고 생사화복을 의지하고 살아온 전통적 삶에는 경신행위, 기복(또는 발복)행위, 초흔행위, 예방 행위등의 행위, 신이나 신명등의 선신에는 복을 빌고 악신에게는 재앙을 내리지 말도록 달래는 기원 행위가 있다. 전자는 그리스도교의 기도와 비슷한 데가 있고,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이점이 토속신앙의 특징이며 악귀도 섬기는 범신론적 신앙이 된다할 것이다. 이런 기원 행위와 관련된 말들을 보면...

 

 

 

빌다, 기도하다/비손하다(신에게 손을 비비며 빌다)/복부르다(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이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 북쪽을 향하여 ’아무 동네 아무개 복(複)’하며 세 번 부르는 것을 말한다. 초혼을 하는 것이다.)/신 지피다(신이 사람에게 내리어 모든 것을 알수 있게 하다)/기우제를 드리다/비가 오시다(비를 하늘이 주시는 것으로 믿고 존칭을 했다)

 

 

 

이상에서 살핀바와 같이 우리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절대자나 신에 대한 경신 사상과 신심이 두터웠다는 사실을 언어 표현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종교심은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 바탕을 이룬다고 여겨진다. 또 우리 한국인이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을 지니는 토양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런 종교심이 바른길로 인도되지 못하였을 때는 사교의 온상도 될 수 있고 현세적인 기복 행위에 흐르는 미신적 무속 행위를 성행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요행과 운명론 또는 지나친 의타심을 일으키는 요인도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신앙적 본성을 바로 인도하는 참 종교의 구실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서정수 교수의 말속에 스며있는 종교성을 요약 정리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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