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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소묘 배운 전 서울대교구 총대리 김옥균 주교(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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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8-01-03 ㅣ No.13

[교회미술] 4개월간 소묘 배운 전 서울대교구 총대리 김옥균 주교
 
"호박을 그려놓으면 수박을 그린 것 같고 배를 그리면 사과 같고...
그래도 재밌어요."
 
 
<사진설명>
4개월간 소묘를 배우고 회원들과 함께 전시까지 가진 김옥균 주교는 “항상 기도하면서 기쁘고 즐겁게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며 살라는 바오로 사도의 교훈을 새기며 산다”고 말했다. 
 
 
“기쁘게 삽니다.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후회스러웠던 일은 이제라도 고쳐보려고 합니다. 가난하게 살고 싶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더불어 살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직에서 사임한 지 꼭 6개월.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성신교정 내 지혜관에서 살고 있는 김옥균 주교를 ‘소묘전’을 빌미 삼아 11일 만났다. 가톨릭미술아카데미 실기과정에 등록, 4개월간 소묘를 배운 김 주교는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보문동 가톨릭노동사목회관에서 같은 반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를 가졌다. 김 주교의 출품작은 2점. 탁자 위에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책과 호박, 항아리 등을 올려 놓고 모사한 정물화다.
 
“데생은 명암이 좌우하는데, 호박을 그려놓으면 수박을 그린 것 같고, 배를 그리면 사과 같고 참 잘 안 됩니다. 재미 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엔 3시간씩 하다가 어떤 때는 4시간씩, 6시간씩 그리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지만 밤낮 그렸다 지웠다 하며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은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 있었는지 싶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기초부터 차근차근 평화화랑 부관장인 심용식(젬마)씨의 지도를 받으며 소묘과정을 마친 김 주교는 무척 행복한 표정이다. 수강생들과 함께 김밥도 시키고 자장면도 배달시켜가며 그린 그림이라 애착도 많이 갖는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그림을 선택했을까 궁금해졌다.
 
“전에 곧잘 등산을 하곤 했는데, 산에 올라갈 때마다 풍경을 화폭에 담았으면 했었습니다. 이제야 시간이 나서 그림을 그리게 됐군요. 학생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사실은 도자기에 소질이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임한 이후에 도자기를 시작하려고 보니 손에 흙을 묻히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림을 선택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9월부터는 유화 과정에 등록해 유화를 배우고 나서 수채화도 배울 계획입니다.”
 
지난해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 떠올라 건강에 대해 묻자, 김 주교는 “사실은 지난해 3월 14일까지는 건강에 자신을 가졌는데, 그 날 숨이 차서 병원에 가보니 심장 판막이 약해졌다고 의사가 말하더군요. 날짜도 잊지 못합니다. 그 이후 8월에도 입원을 하게 되면서 건강에 자신을 잃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김 주교는 일주일에 한번씩 그림을 그리는 것과 함께 주일 오후마다 서울 신내동에 새로 세워진 노인요양원을 방문, 일박하면서 봉사를 하고 있다. 80대 중반의 노인들이 여는 회의에도 참석하고, 미사도 집전하고, 수도자들과 함께 대화도 나누며 영성 지도도 하고 있다.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묻자 김 주교는 바오로 사도와 아인슈타인의 말을 꺼냈다.
 
“요즘엔 바오로 사도가 주신 교훈을 생각합니다. 항상 기도하면서 기쁘고 즐겁게 살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며 살라는 말씀입니다. 아인슈타인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어요. 마음에 무척 와 닿는 말인데, ‘기쁘고 즐겁게 살걸 그랬다’ ‘인내심을 갖고 화를 내지 말고 살걸 그랬다’ ‘좀 나누면서 베풀며 살걸 그랬다’ 등등의 말입니다. 일본 닛꼬에는 원숭이 세마리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한 마리는 눈을 가리고 또 한 마리는 귀를 가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입을 막고 있어요. 앞으로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은퇴 후지만 아직도 현직에 있을 때 못지않게 쫓기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 주교는 “가능하다면 불우한 노인들과 더불어 조그만 집이라도 마련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평화신문, 제685호(2002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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