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팀사랑방
엠이, 블루오션의 인생 여정-서울 501차-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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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뜨거웠던 서울 501차(94.7.8) 아론의 집 소윤섭 신부님, 성사: 임영일 정근정 자신: 정해권 김성숙 30부부 착하고 소심했던 자신 부부와의 만남은 행운이었다. 영성적 깊이가 너무나 두터우셔서 우리 부부의 본보기가 되었던 신부님께 우리는 참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팀 미팅 때부터 성사부부에게 자꾸만 급한 일이 생겨 순조로운 팀 미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의정부 가톨릭 수련원 원장일을 맡으셨던 신부님을 뵈러 가서 밤나무 가지를 꺾어 고기를 구우며 성사도 없는 팀미팅을 했었다. 엠이 봉사를 하고 처음으로 정해진 4번의 팀 미팅을 다 하지 못하고 주말 시작하는 날 좀 일찍 아론의 집으로 가서 못한 팀 미팅을 마저 할 수 있었다. 아론의 집 7월은 매우 더워 불쾌지수가 높았다. 커다랗고 시커먼 모기가 종아리에 철썩 달라붙기도 하는 칙칙한 주말, 신부님께서도 더위를 많이 타셨다. 발표팀이 선물해 드린 삼베 적삼이 어울리던 한여름밤, 토요일, 수도자의 시간에 드디어 불쾌지수가 일을 벌렸다. 수도자는 그 주말에 아무도 안계시고 팀끼리 회의를 하는데 성사 임영일 님이 술이 과했다. 그는 한국 엠이에서 가장 고참에 해당했기에 긍지가 대단한 분이었다. 엠이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달랐다. 그러나 모든 엠이 가족은 각자가 나름대로 자존심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자신의 내부를 갈고 닦기에 누구에게도 지고는 살지 못하는 어쩌면 매우 경직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성사라고 자신부부나 사회 부부를 훈계하고 가르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엠이 가족들은 그 점을 대부분 잘 지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말 불쾌지수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갑자기 닥친 성사부부의 삶에의 어려운 문제 때문이었는가? 술 때문이었는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성숙하지 못한 봉사자의 태도는 정말 고쳐져야 할 것이다. 그가 자신 부부에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심하게 야단을 쳤다. 술을 한 잔도 못하는 안셀모가 한 마디 하려는 것을 내가 막았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신부님께서 깊이 심취하셔서 공부하셨던 영성에 관한 대화를 하시는데 대화의 중간에 끼어들기에 안셀모가 “신부님의 말씀부터 좀 들읍시다”라고 했는데 그 때부터 사태는 심각해졌다. 무제한 대화 시간에 부부들은 방에 들어 간 깊은 밤중, 착실한 수강 부부들은 잠자지 않고 대화에 열중할 시간이었다. 큰 소리에 수강부부들이 눈치 챌 세라 자신과 우리 부부는 전전긍긍했다. 그 때 받은 상처로 신부님께선 한동안 아마도 엠이 봉사를 그만 두고 싶으신 마음까지 드셨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어색한 마음으로 팀 평가회를 끝냈던, 조화로움이 산산이 망가졌던 생각도 하기 싫었던 주말. 그렇게 대단했던 그분도 하느님께서 불러 가셨다니 인생무상이란 말이 실감 난다. 그 주말 파견 미사 때 읽었던 영성체 후 묵상의 글을 여기 옮겨 본다. 하느님, 지금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지난 시간은 너무나 암울했습니다. 환희의 로맨스가 있긴 했지만 곧잘 환멸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주님, 지나온 세월의 아픔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합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이제는 기쁨이고 싶습니다. 흐르는 시간에 우리가 내던져진 채, 허둥지둥 질곡의 나날들을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제 7월의 녹음이 푸르름을 더해가듯 저희들의 사랑도 깊이를 더해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 주님의 가이 없는 사랑을 배우고 싶습니다. 받기 보다는 주려고 애쓰는 주님의 사랑을... 일흔 번에 또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시는 주님의 인내를,,, 배우자에게 받으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배우자를 먼저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소서. 당신이 이만큼 했으니 나도 이만큼만 하겠다는 계산으로, 우리의 지난날은 너무나 복잡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존재하는 자체가 행복일 수 있게 서로가 좋은 동반자로 함께 걸어가게 해 주소서. 현대 사회는 너무나 불안하고 또한 각박합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들의 인생길은 또한 너무나 불완전하고 외롭습니다. 이러나 이제 우리 의연하게 버티며 우리들의 사랑하는 자녀와 이웃과 함께 더욱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말이 그러한 삶을 사는데 등대가 되게 하여 주소서.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듯,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순간순간이 먼 훗날 아름다운 선율로 우리 가슴 속에 아로새겨지게 우리의 가슴 속을 비워 주소서. 저는 지금 진심으로 배우자를 받아드리나이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