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팀사랑방

엠이, 블루오션의 인생 여정-서울 531차- 15

인쇄

하태무 [cheonhabubu] 쪽지 캡슐

2006-04-14 ㅣ No.156

 

잔이 비어서... 서울 531차 (95.3.24) 우이동 명상의 집


운종대 신부님, 성사: 정진용, 전혜숙 부부. 자신: 안정웅 정종혜 부부 20부부 수강 신부 3 김상영 권홍석 유병만


봄이 시작되는 명상의 집은 좀 쌀쌀했다.

목소리가 퍽이나 인상적인 윤종대 신부님은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셨다.

그 주말엔 세 분의 신부님이 수강하셨는데 토요일 수도자의 시간에 K 신부님 앞의 술잔이 채워지지 않자 “어딘가에서 잔이 비었는데 안 채워 준다고 싸움 났대”

하며 딴 곳의 이야기처럼 해서 “설마...”하는데 신부님 앞의 잔이 비어 있어서 깔깔 웃었던 기억이 새롭다.

주의 기도를 ‘酒-술의 기도’로 바꿔 말씀하시던 유머가 넘치시던 신부님들,

두꺼운 코트를 입고 오신 신부님께

“신부님, 지금은 봄인 걸요.”

했더니 배우자가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냥 왔다면서 훌훌 두꺼운 코트를 벗어버리시던 신부님들........

우리 부부에게는 걱정이던 작은 아이의 다리가 다 나아, 혼자 힘으로 장학금을 받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으며, 큰 아이는 고시원에서 한참 머리를 굴려 공부한 끝에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날이 주말 중에 끼어 있었다.

큰 숙제가 언제나 있어 왔던 우리의 엠이 봉사 주말은 그 때도 예외는 없었지만 아들은 그때, 원하는 자격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었다. 주말이 진행 되는 동안에도 잠깐씩 화살기도를 올렸던 가슴 졸인 시간들이었다.

그 시기 우리 부부는  모든 욕심을 접어버리고 안셀모는 사진과 서예에 몰두하던 때였으며, 나 또한 대학원에서 동양학을 전공하며 석사 학위 논문에 매달리면서 늦도록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는 시간을 쪼개어 책과 씨름을 했었던 치열한 삶의 시간들이었다.


그 주말 자신 시간에 안셀모가 썼던 자신의 묘사를 옮겨 본다


나는 나 자신의 착하고 순수하고 인간다운 점을 좋아 한다. 이 대답에 대한 나의 느낌은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좀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욕심이 없으니 사는 것에 대한 적극성이 부족하고 그저 평온한 삶을 누리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나 자신의 우유부단하고 매사에 소극적인 점을 싫어한다.

안되는 일이라고 미리 단정 지어, 시도해 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는 버릇을 싫어한다. 게으른 나를 바라보는 느낌은 너무나 불만스럽고 짜증이 난다.


지금도 간혹 읽게 되는 주말 노트 사이의 푸른 간지에 쓴 안셀모의 사랑의 시는, 잠깐 동안 나를 소녀처럼 설레게 만들고 있다.

“ ... 기사의 꿈은 공주를 공주답게 살게 하는 것,

그 꿈을 향해 백마를 힘차게 몰며 달리고 있다.“

그 글을 쓰는 순간만은 온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또 다시 무수한 갈등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싸움을 계속해 왔을지언정.........

우리 부부가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나일의 선물”이란 기행 사진집을 내어 윤 신부님께

보내드렸는데 금방 메일이 왔다.

 

안녕하세요? 오랜 만입니다. 대단하십니다. 부럽습니다. 놀랍습니다. 언제나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멋있습니다. 그렇찮아도 비행기 많이 타시는 분들인데 너무 태우면 멀미 하실 것 같아서 그만 하죠.

보내주신 '나일의 선물' 책 감사하게 잘 받았습니다. 며칠 전에 받았는데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저는 ' 92년에 이집트에 갔다 왔는데 책을 보면서 또 다시 현장에 가 있는 느낌입니다. 그것도 생생하게... 안셀모 형제님의 귀한 사진 한 컷 한 컷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안토니아 자매님의 섬세하고 야무진(?) 글이 새로운 감동을 줍니다. 안셀모, 안토니아 부부님 덕분에 돈 안들이고 또 한번 이집트를 가게 되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습니까?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건강해야 또 비행기 타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행을 하실려면 체력은 필수 조건이니까 말이죠.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행복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니까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행복을 만들어 나가시는 두 분의 멋진 모습, 늘 기억하겠습니다.


두 분 때문에 행복한 윤종대(도미니꼬) 신부 드림



17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