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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이, 블루오션의 인생 여정-서울 778차--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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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무 [cheonhabubu] 쪽지 캡슐

2006-04-20 ㅣ No.159

 

차 한대에 일곱명이 서울 778차 주말(01.1.12)아론의 집


이해섭 신부님, 사회:고동수 전진희 부부 자신:이종용, 하창희 부부

신부 3 수녀 3 김광우 전원순 이호열 이호자 김정순 김동욱


**40년 만의 한파 속에서**


최고로 추운 겨울에 아론의 집에서 이루어질 주말이었다.

신부님은 광주 살레시오 수도원에 사시고 사회 부부는 전주에 사는 부부가 한 팀이었다..

서울 사는  이종용 하창희 부부의 첫 주말 봉사 주말. 자동차 사고를 만난 이후로 절대로 차를 가지지 않는다는 신조로 사는, 아주 얌전한 자신 부부였다.

첫 봉사를 축하하며 이종용 부부 집에서 드린 가정미사는 조촐했지만 성대하게 끝났다. 

인천에 있는 우리 집에서 팀미팅을 할 때는, 신부님과 전주 부부가 멀리서 오셨으므로  좀 더 친해지기 위해 또 1박 2일을 하게 되었다. 

다 좋은데, 차로 이동을 해야 할 때  7명이 한 차를 타야 했다.  몸이 크신 이해섭 신부님과 체육 교사인 몸짱 고동수 형제만 타도 그득할 좁은 차안에 낑낑대면서 7명이 타고 다니며 호흡을 함께 하며, 얼마나 따순 정을 느꼈었는가?

그리고 미안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자신 부부를 데리고 전주로 함께 내려가고, 후팅을 한다면서 광주로 신부님을 뵈러 가서 그곳 주변의 명승지를 함께 구경하던 추억이 새롭다.


고동수 전진희 부부는 유난히 정이 많았다. 주말을 시작하면서 팀들이 피곤하면 먹으라고 비타민을 챙겨오고 예쁜 향수병까지 나누어주던 사랑.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중이었는데도 내색하지 않고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전진희씨는 눈물겨웠다.


그 주말을 끝내는 40년만의 추위라는 그 일요일 날, 파견미사는 길어지고 환영하러 나온 본당 가족들은 꽁꽁 얼어 동태가 다 되었는데, 마무리하던 봉사자들은 감기가 들어서 며칠을 고생했다고 전해졌고  팀 평가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몇 년 만의 추위라고 개별난방인 우리 집 아파트의 보일러까지 얼어 터져 버렸다.


**생명의 은인입니다**


첫날 밤, 발표가 끝나고 팀들의 미팅 시간에 잠깐 밖으로 나가니 부인 한 분이 가방을 들고 현관에서 어정거린다.

이미 현관 밖으로 한발 먼저 남편이 나가고 있다.

춥고 깜깜한 겨울 저녁을, 밀리는 러시아워를 헤치며 어려운 시간을 내어 달려왔던  사람들이다. 무언가 가슴 가득 할 말을 많이 담아 둔 채, 그들은 너무나 많은 사연의 보따리를 풀어 보지도 못하고 그곳을 떠나고 있는 것이었다.

신부님께 말씀드리니 가려는 사람 붙들지 말고 그냥 보내라고 하신다. 그러나 성사인 안셀모가 맡아서 설득해 보기로 했다.

3층인 그 부부의 방으로 함께 갔다. 가려는 이유나 들어보자고 하면서....

그 분들은 장모님과 장성한 두 딸들에게 잘 다녀오마고 인사까지 하고 나왔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여기 놀러온 줄 아십니까? 진행하는 저희를 따른다고 오셨던 것 아닌가요?

  과정을 끝내 보지도 않고 그냥 나가시다니....

  아실만한 인격을 갖추신 분이 어머님과 딸들에게 무어라고 말씀하시려고 지금 가시다니요?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셔서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오늘 밤 주무시고, 과정이 지나가는 대로  마음을 비우고 대화해 보셔요. 그러신다는 약속을 하시기 전에는 전 이 방에서    못나갑니다.“

안셀모는 그런 일에 매우 강경했다.

남편이 “잘 해 보겠으니 가시라”고 하더란다. 부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며 눈을 꿈쩍해서 나왔단다.

이튿날 아침, 부인은 식당에서 내 손을 살며시 잡으며 “고맙다”고 했다.

무엇이 고마웠는지 알 수 없는 채, 그냥 “우리 끝까지 노력해 봅시다” 하며 손을 잡아 주었다.  식당으로 오가는 양쪽 창문에 성에가 하얗게 끼어 아름다운 무늬를 그려주었지만 그 예쁜 성에 그림으로 하여 더더욱 추웠던 주말이었다.

무사히 주말을 마치고 나가는 날, 그 형제분이 안셀모를 안고

“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라고 했단다.

그 형제분은 주말 이후, 어느 큰  매스 미디어 회사의 책임자를 맡게 되었고, 브릿지 모임에서 만난 부부들과 계속 만나며 아직도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초상이 나서**


토요일 저녁, 여섯 분이나 되는 수도자들과의 만남이 있는 시간, 20년 가까이 봉사해 봤지만 수도자 6명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마도 이 주말이 엠이 30년에 수도자가 제일 많은 주말이 아니었나 싶다.

기도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주말이니 자연, 사연도 많을 밖에...

바로 그 토요일 저녁 시간에 누가 불러서 나갔다. 한 부부가 집안에 초상이 났으니 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금요일 저녁 일도 있고, 참으로 난감했다. 사회 부부는 경비 걱정도 하고 있었다.

비신자인 그들 부부를 어찌 할 것인가? 내일 다시 올 것이라고 했지만 다시 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웃는 얼굴로 잘 가셔서 볼일을 보고 난 뒤,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별을 했다.

이튿날, 90/90 시간이 끝나고 사진을 찍을 때도 나타나지 않던 그들 부부가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그 주말, 가장 크게 경비 낸 부부가 되었고, ME 발전 기금으로 얼마간 희사금도 낸다고 했다. 하느님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다 이루어 주시는 것을..

사업상의 어려운 일을 당하고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브릿지 모임에 참석하던 그들 부부는 그 모임의 막내로 지금도 열심히 쉐링을 하고 있다.

얼마 후  온 가족이 영세를 받았고 지금은 열심한 신자가 되어 있다.


**그 유서 좀 나눕시다**


죽음의 대화는 누가 해도 눈물겨운 일이다. 유난히 눈물이 많은 관계로 미리 몇 번이나 읽은 후에 발표를 해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때문에 제대로 잘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잘 읽어서 전달을 해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더구나 그 주말은 수도자들 앞에서임에랴. 지도 신부님께선 동료 수도자들 앞에서 더 잘 하시려고 말씀은 길어지고 우리는 긴장되고...

사연들이 많아서인지 더 많은 눈물들을 쏟고 있다. 늘 명랑한 분위기의 “괴짜 수녀일기”를 쓰시는 마지아 수녀님 마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고 계신다.

“당신은 남을 울리는 재주가 뛰어나.”

(나중에 친하게 되어 우리 집에도 오시게 된  수녀님께서 “언제나 시작”이라는 우리 부부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고서도 그리 많이 우셨다 한다.)


발표가 끝나고 복도로 나서는데 토마스 신부님이 “그 유서 좀 나눕시다.”라고 말씀하신다.

피정 지도하실 때 자료로 쓰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의 유서를 남이 읽거나 남의 입으로 전달될 때 과연 죽음의 시간에 나눈 대요만큼 실감이 날 수 있을 것이며 얼마나한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 네, 나중에 드리지요.”

말은 그리 했지만 주말을 끝내고 나갈 때까지 세 번이나 부탁하시는 그 분의 말씀을 들어 주지 못했다. 별 것도 아닌 것이었는데...... 효과가 있으면 얼마나 더 있을 거라고...

지금도 드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다리를 대신 건너고**


그 주말의 브릿지 과정을 다른 사람이 맡아서 할 때였다. 빈첸시오 레지나 부부가 전화가 왔다.

“형님, 빈첸시오가 갑자기 심장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냥 형님이 브릿지 대신 좀 해주면 간단할 것 같애. 본부에 말해서 사람 물색하고...기다리고 하면 좀 번거로울 것 같애요. 형님이 했던 주말이니까 좀 맡아 주시면 제가 편하고 고마울 것 같애요”

거절을 못하는 우리 부부는 빈첸시오가 수술하는 병원으로 가서 걱정 말라고 안심시킨 후, 밀리는 저녁시간, 인천에서 서울 대치동 쪽으로 힘들게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 같은 것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은 채, 그리 하마고 한마디로 대답을 했다.

비신자 두 가정과 금방 영세 받은 대학 교수님 부부 친구 부부, 너무나 조용하고 말이 없는 남편, 그 다섯 부부가 매 주일 여섯번을 만나, 삶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다,.

그리고도 끊지 못하는 인연의 질긴 줄 때문에 우리는 계속 만나며 사랑을 나눈다.

동해안으로 남해안으로 여행도 함께 다니며 아직도 끈끈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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