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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이, 블루오션의 인생 여정-인천 206차(02.8.1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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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봤다“ 인천 206차(02.8.16) 바오로의 집 이석재 신부님, 사회: 신충남 이혜영 부부 자신: 임기일 이미옥 부부 30부부 여름방학 주말이라고 한번 겪었던 성사 부부와 또 하게 되어 새로운 부부와 주말을 해 보고 싶으시다는 신부님 때문에 우리가 이 주말을 맡아 하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우리 집에서 먼저 팀 미팅이 이루어졌다. 인천에서 이천까지 너무 먼 거리라서 점심 드시고 회합을 한 후 집 뒤에 있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기로 했다. 제 2처를 지나 3처로 가는데 친정이 강화인 이혜영님이 “아, 심봤다!!” 하는 것이었다. 낮은 철쭉나무 가지 사이에 빨간 산삼꽃 다섯 송이가 올망졸망 피어 있었다. 우리 집에 산삼이 다 나오다니... 우리는 흥분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신부님께서도 산삼은 처음 보신다며 신기해 하셨다. 그날 회합을 마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오랜 시간 가셔야 하니 무더운 중복 날, 저녁으로 간단히 준비해 둔 보신탕까지 드시고 가셨다. 서울대학 농과 대학 교수님이시고 재건 운동 본부장을 지내셨던 농민 운동가 성천 류달영 선생님의 땅을 그분의 권유로 사서 시골 생활을 시작한 우리에게, 산삼의 발견은 첫 기쁨이었지만 그 기쁨은 잠깐, 산삼은 밤을 지샜을 뿐인데 이튿날, 아침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 보니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영물(靈物)이라더니 도대체 어찌 된 것일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어떤 사람이 간밤에 훔쳐 갔을 리도 없고 우리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헛것을 보았을까?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뒷산을 뒤지다가 포기했는데 그로부터 꼭 한 달 뒤에 산삼은 다시 우리에게 발견되었다. 그 부근에서. 너무나 가늘고 실뿌리만 한 것을 뽑아다 화분에 심어 몬시뇰 님에게 선물로 드렸다. 잘 자라는지 죽어 버렸는지... 그 이후로는 한번도 산삼은 우리 눈에 뜨지 않았다. 그렇게 깊은 산속으로 이사한 우리는 사실상 주말을 하기가 조금씩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브릿지 봉사를 다닐 때도 밤 운전이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안개를 걷고 지나는 고속도로가 무서워 휴게소에서 잠깐 눈을 붙이면 다음날 아침이 되기도 했다. 이제나 저제나 이제 은퇴를 선언하리라고 마음먹고 있으면서도 그 시기를 잡지 못하면서 인천 206차 주말에 임했는데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다시 또 한번만, 자꾸 그렇게 미루게 되었다. 주말 첫시간 소개 시간에 문제가 발생했다. 아마 주말 중, 신부님께서 수강자로부터 상처를 받으셨던 첫 케이스가 아닌가 한다. 요즈음 주말 소개 시간에는 간단한 소개를 수강 부부들이 잘도 하신다. 남편은 중학교 교장을 지내시고, 아내는 성당에 열심히 봉사하시는 부부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분의 차례는 중간쯤이었는데 너무나 길고 자세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통에 자리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단상에서 서로 합의하여 신부님께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다른 부부들에게 소개 시간을 드려야 하니까 다음 기회에 시간을 더 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게속하려다 잘려버려 기분이 상한 그 분은 주말을 비협조적으로 참여했고 분위기를 계속 부정적으로 몰고 갔다. 알만한 분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분은 나름대로 상처를 크게 입으신 모양으로 치유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깔려 있는 채로 주말은 담담하게 흘러갔고, 성사로서 그 이상한 기운을 느끼면서 정년이 가까운 연세 드신 교장 선생님께 무조건 부드럽게 다가갈 수밖에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주말 중간에 나가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주말이 끝나고 브릿지 과정의 조를 짤 때, 교장 선생님은 성사팀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좀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할 수 없으면 그 누구도 어렵다는 생각에 기꺼이 우리 팀에 합류시켰다. 미리 규칙을 알려 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정한 시간을 알려 주었다. 소그룹 모임의 특성 때문에 그분은 쉽게 무너져 내렸다. 얼마나 가깝게 느꼈으면 강원도에서 열리는 학생들의 체육대회에 참가했다가 책임자인 교장의 몸으로, 끝나기도 전에 브릿지 참석을 위해 달려오실 정도였다. 지각 한번 않고 여섯 과정을 완벽하게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신 그분의 엠이 사랑은 너무나 고무적이었다. 그 과정을 끝낸 외짝 두 부부는 모두 영세를 받아 성가정을 이루었고, 그 중의 한 분은 안셀모의 대자가 되었다. 인천 206차는 재모임을 하고 또 브릿지 과정을 마친 후 재재모임도 가졌다. 인천 가톨릭 대학 식당을 빌려 각 조마다 준비해온 음식으로 피크닉을 온 사람들처럼 얼마나 거창하게 식사를 하고, 대화를 멋지게 나누었는지. 우리가 진행했던 브릿지 모임은 아직도 헤어지지 않고 매달 돌아가며 성당에서 함께 교중미사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끈끈한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나일의 선물 출판 기념회 때 그분들이 서울까지 나와 축하를 해 주었는데 언제 연락을 드리고 한번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 아직도 못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브릿지 모임을 계속 하기 때문에 본당 엠이 모임이 안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말하는 분도 있는 줄로 안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는 분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 사람들의 특성 때문에 같은 주말을 수강하고 브릿지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속내를 드러낼 만큼 드러내어 알 만큼 다 아는 분들과 나눔을 계속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차피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엠이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으므로 권장할 일이라고 본다. 각박한 세상에서 부부의 일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건,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다만, 본당의 모임은 본당의 활성화에 열정을 쏟을 방법적인 점을 개발해야할 일이다. 함께 했던 신충남 부부와 임기일 부부가 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고 기도한다.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부부였음을 기억하면서... 힘겹게 버텨나가는 데레사도 빨리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명랑하고 다정한 미카엘라에게 주말을 끝내고 평가회를 하는 자리에서, 대요 중의 문장들이 호흡이 너무 길어 한 번씩 끊어 주면 좋겠다는 지적을 했다. 성사 발표를 하고는 처음으로 어렵게 표현한 말인데, 고맙게도 참 잘 받아 주었다. 충고에 관한 한, 나의 소견은 ‘절대로 기분 좋은 충고는 없다.‘라는 것이다. 관계를 위해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사실, 기분 나쁘게 고쳐준다고 해서 수강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엠이의 발표문은 혼자만의 것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이니까. 그런데도 착하고 편안한 아우같은 미카엘라에게는 문장의 호흡이 길면, 듣는 사람이 지루하게 느끼고 대화체가 아닌 것 같으니까 집중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다고 충고했었다. 나중에 “형님의 충고가 처음엔 섭섭했는데, 형님을 알고 보니,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고마운 말씀이었다.” 고 말해 주었지만 지금도 그때 말하지 않아야 했던 거라고 후회한다. 그래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칭찬을 더 많이 하는 편이고 좋은 모습을 보려 애쓴다. 충고란 일단은 상대방을 긴장시키는 일인데 좋은 관계를 위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좋은 면만 보아도 다 못 보는 짧은 인생살이에서... 로마에서 안식년을 보내신 신부님도 돌아오셨는데 전화만 한 번 하고 찾아뵙지 못했다. 수년전 여행길의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내가 썼던 기행 일기를 보신 후, 꼭 정리된 기행문이 있으면 당신도 읽게 해 달라고 하시는 두 돌 신부님이 뵙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