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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이, 블루오션의 인생 여정-행복의 비결- 마지막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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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결 새해를 맞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소망 하나를 보태곤 한다. 누구나 새해에는 더욱 행복한 삶,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원하며 지난날의 어두운 기억과 경험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이다. 행복이란 누구나 추구하는 인생의 목적이지만 ‘산너머 행복이 있다기에 찾으러 갔다가 눈물만 흘리면서 돌아왔다’는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저 멀리서 찾아 헤맨다고 손에 잡혀지지는 않는 것 같다. 행복-1 복된 운수(good fdrtune) 2 심신의 욕구가 충족되어 부족감 없는 마음의 상태(happiness)라고 정의하는 사전적 의미의 이 행복이란 단어에 대한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변덕이 심하다 나에겐 행복한 요소가 남에겐 불행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 금방 그것이 행복인 것 같았는데 조금 후엔 그것이 불행인 것 같은 때가 너무나 많다. 가령 술도 담배도 않고 땡 하면 시간 맞춰 퇴근하는 남편이 너무나 숨막히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제발 그렇게만 해 주면 매일 업고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아내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옛 우리의 속담처럼 말(馬)사면 행복해 질 것 같았는데 종(從)까지 사야만 행복하다고 하니,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ME에서 바라는 행복의 개념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부부가 얼마나 일치하면서 살 수 있는가? 물질 적인 풍요를 초월하여 얼마나 정신적으로 필요성에 충족하며 살고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미국 정신 신경학회 전문의 미실다인(W.Hugh Missildin)박사의 말대로 부부는 각자 내재 과거아(內在過去兒)라는 어린 시절에 접했던 온갖 요인들이 형성시켜온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포함하여 네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일치하기도 어려운데 네 사람이라니... 그리고 사람의 성격에 양면성만 있는 게 아니라, 양파껍질처럼 무궁무진한 느낌까지 서로 파악하며 살아야 하므로 정말 어찌해야 서로 일치하며 살아갈 것인가 암담할 때가 많을 것이다. 부부 관계는 사랑의 관계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전적으로 다른 자아를 가진 한 사람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서로 상대방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 개성을 존중해 주면서 서로의 성장을 지켜 주어야 진정한 사랑이 싹틀 수 있다. 둘이 서로를 마주 보는 시선이 아니라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면서 각자 가진 재능을 꽃 피울 수 있어야만 한다. 또한 사랑의 관계란 서로 헌신하려는 마음이 보태졌을 때 더욱 신성해진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행복을 지향해야만 한다. 대개 자신의 욕구가 무엇이든 참고 억누르고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의 필요성이 충족되지 않는데 배우자만 행복한들 미덕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부부는 서로에게 맹종을 강요하지 않고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들을 자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물질 만능의 이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상대적 빈곤 상태에 빠져 행복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린 너무나 많은 행복요소를 갖고 산다. 사 계절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 ME 부부로 살고 있는 것. 재미있는 드라마,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날,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 맛있고 풍부한 물을 실컷 마실 수 있는 것, 배우자가 존재한다는 것, 친구를 만나서 수다떠는 시간, 향기로운 커피 한잔, 좋은 책을 읽을 때, 감미로운 음악 감상, 맛있는 것 먹을 때, 맛깔스런 요리를 만들 때, 만남의 방에서 마시는 자판기 커피, 비싼 옷 싸게 산 일, 함께 하는 산행 길, 등등.... 물질적 풍요 아니라도 얼마든지 행복한 일이 많다. 최근 우리부부는 계획 없이 친한 부부와 지리산 등반을 한 적이 있다. 여수가 고향인 그 부부가 고향집으로 자러간 사이, 우리는 돌산 근처의 어느 모텔에서 문단속을 잘 하고 밤을 지냈는데 일어나 보니 밤사이 도둑이 들었다. 핸드폰, 인감도장, 여행 경비가 들어있는 남편의 바지를 누가 걷어 가 버린 것이다. 갑자기 떠난 길이라 남편도 나도 단벌이었는데 마침 차안에 있던 여벌의 내 바지 하나가 너무 행복했고, 내 바지가 빠듯하게 남편의 엉덩이께라도 들어갈 수 있게 뚱뚱해진 내 몸에도 행복했고, 그나마 자동차 열쇠와 카드를 도둑맞지 않은 것도 행복했다. 무엇보다 둘 다 몸 상하지 않고 무사한 것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텔 주인이 그나마 기름이라도 넣어가라고 몇 푼을 물어 준 돈으로 여수 시장에서 싸구려 바지 하나를 사 입고 식당에서 장어국밥까지 사 먹은 후. 내친 길에 부근의 남해 금산 구경까지 했는데 나중에 여수의 어느 골목 쓰레기통에서 계속 핸드폰 우는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행인이 주워서 여동생 집으로 전화를 걸어 주었다고 했다. 우연히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놀란 목소리로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어디선가 사고를 당한 게 틀림없다고, 서울 사람이 웬 여수 쓰레기통에서 바지가 나온 거냐고 하루 종일 초죽음이 되어 찾고 난리를 피웠다는데, 살아 전화까지 하는 오빠가 얼마나 고맙고 행복했을까. 그날은 사람이 살아있음에 대한 소중함을 더 없이 느낀 날이었다. 지금 우리는 서울을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사람들은 쓸쓸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대중 교통이 자주 없어 매우 불편하다. 그러나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 낙엽 구르는 소리, 은행잎이 일시에 떨어져 내리는 모습, 까치들의 발자국 소리, 청솔모와 까치들의 싸움, 다람쥐가 마당을 구르는 모습, 발만 디디면 산을 오르는 즐거움, 산 속에서 만난 부엉이 한 마리, 하얀 눈이 내릴 때의 숨막히는 아름다움, 벽난로에서 나는 탁탁 튀는 불소리와 고구마 익는 냄새 등등... 이런 자연적인 것들과 날마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은총이라 생각되며 이웃에서 주는 군내 나는 김치 한 조각에도 얼마나 행복한지... . 행복이란 전염병과 같아서 내가 행복하면 내 배우자, 내 자녀들도 행복하고, 내 이웃도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의 삶이 로맨스, 환멸, 기쁨의 주기 속에 늘 놓여 있기는 하지만 환멸의 터널로 들어가려 할 때 재빨리 내가 가진 행복의 요소를 하나하나 들춰보는 것은 환멸의 시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상태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지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00년 길동무 처음호 2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