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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사랑을 보여준 세계의 어머니 (경향신문 05-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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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더 데레사(Mother Teresa) -
‘마더 데레사’ 는 평생을 받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던 여인 마더 데레사의 일대기를 그렸다. 죽는 순간까지도 가난한 사람들 곁에서 살았던 여인. 전 세계인의 우상이었던 여인. 카메라는 데레사 수녀의 행적을 시간상으로 훑고 지나간다. 때문에 한 순간의 상황 속으로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이유는 그녀가 살아온 삶이 늘 한결 같았기에 굳이 한 순간에 집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가 드라마틱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레사 수녀(올리바이 핫세)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다 본국으로 송환당하면서 비로소 길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을 목격한다. 다시 캘커타로 돌아오더니 이번에는 수도원 생활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생활하겠다고 주장한다. 300년 전에 그 같은 주장을 했다 수녀의 신분을 잃었던 전례가 있어 수도원을 나가려면 수녀의 신분을 포기하라고 한다. 하지만 데레사 수녀는 늘 교회의 교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그녀의 강한 의지는 결국 교황청의 승낙을 얻어내 가난한 서민들 속으로 들어간다. 좀더 폭넓은 활동을 하기위해 선교회를 설립하려 하지만 이번에도 교회의 반대에 부딪친다. 사실 데레사 수녀의 행동에 가장 많은 제약을 가한 게 교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동안의 전통에 벗어난다는 이유다. 영화 초반 데레사 수녀가 선교회를 설립하기까지의 교회와의 보이지 않는 대립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님의 뜻 안에서 모든 걸 주장하기에 결국 그녀는 교회의 교리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교회의 생각을 변화시키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오로지 이웃을 사랑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만을 실천한다. “나는 주님이 적는 연필일 뿐이다”, “사랑을 받는 거 보다 사랑을 해라. 주는 게 받는 것이다” 등 데레사 수녀가 남긴 어록들로 가득하다. 자신이 행하는 모든 것들이 주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오로지 주님의 뜻을 행동으로 옮기려 한 여인이기에 세상사에 어둡다. 이런 연유로 본인의 뜻과 달리 이용당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입양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기도 한다. 분명 당시에도 데레사 수녀의 업적에 관한 평가가 대단했으리라. 하지만 데레사 수녀의 업적을 치켜 올리지 않는다. 세상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을 배제하고 역경과 고난 그리고 죽음까지 담담하게 지켜보게 된다. 주님의 뜻을 한 치도 의심한 적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어둠이 있었다” 는 고백은 인간으로서 번민과 고뇌를 가졌음을 시사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몸소 실천한 데레사 수녀의 행적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상영시간 118분. 1월 21일 개봉. <김용필 영화칼럼니스트 ypil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