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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손 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오마이뉴스 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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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1-24 ㅣ No.19

먼저 손 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오마이뉴스 2005.01.21 11:40:05]
[오마이뉴스 김용운 기자]
ⓒ2005 미디어필림인터내셔날
그녀의 원래 이름은 '아그네스 곤히아 브락스히야.' 결코 짧지 않은 이름이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마더 데레사' 전쟁으로 얼룩졌던 20세기 인류에게 희망을 주었던 살아있는 성인의 이름으로.

1910년 유고슬라비아의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데레사 수녀. 열성적인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는 그녀에게 생명과 더불어 신앙심을 안겨주었다. 이미 어렸을 적부터 남다른 신심을 보였던 아그네스는 일찌감치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마음먹는다.

다른 무엇보다 선교에 관심을 두었던 소녀 아그네스. 마침내 열 여덟 살이 되던 1928년 로레토 성모 수도회에 들어간다. 그 수도회는 여타의 수도회보다 인도 선교에 중점을 두었던 곳이다.

수련기간을 끝낸 후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인도 캘커타(지금의 콜카타) 동부지역 엔탈리에 위치한 성 마리아 여고에 부임한다. 그곳에서 6년 동안 재직하면서 마침내 1937년 종신서원을 통해 마더 데레사로서의 평생을 다짐하게 된다.

영화 <마더 데레사>는 이 지점에서부터 데레사 수녀의 구체적인 삶을 영상화하기 시작한다. 종신서원 이후 캘커타 빈민가로 투신한 데레사 수녀. 그녀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결심을 선뜻 도와주지 않는다. 심지어 교회 내부에서조차도.

우리에게 인도 캘커타 빈민들의 어머니로 기억되는 마더 데레사.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그녀의 소박하고 진실한 마음이 애초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영화는 마더 데레사가 로레토 수도회를 나와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하고 주위의 갖은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며 사랑을 전파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2005 미디어필림인터내셔날
애초 <마더 데레사>는 영화가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만든 텔레비전 시리즈물이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유럽방송 사상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다.

이에 고무된 영화사 '룩스비데'가 이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한 것. 마더 데레사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 역을 맡게 해달라고 정말로 간절히 기도했다는 올리비아 핫세에게 결국 데레사 수녀역이 맡겨졌다.

1968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올리비아 핫세. 그녀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축복이자 재앙이었다. 어린 나이에 만인의 연인 줄리엣 역으로 단번에 스타가 된 그녀.

영화출연 이듬해 스무 살 나이에 결혼한 그녀는 배우가 아닌 줄리엣으로 남아있기 원하는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한다. 십대 후반 청초하면서 육감적인 줄리엣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가 되레 그녀의 발목을 잡아 일생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이후에 그녀는 뚜렷한 출연작을 남기지 못했다.

이제 인생을 되돌아 볼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올리비아 핫세. 그녀에게 <마더 데레사>는 배우로서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기도 했다.

어찌 보면 그녀와 정반대의 인생을 살았던 마더 데레사는 이 영화를 통해 그녀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뻗친 것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영화 외적인 이야기도 <마더 데레사>의 재미 중 하나였다.

ⓒ2005 미디어필림인터내셔날
1997년 마더 데레사가 하늘의 부름을 받고 숨을 거두었을 때 제1세계 중심으로 주도한 그녀에 대한 애도의 물결을 비판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제1세계가 제3세계를 수탈하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인 빈곤을 무마하기 위해 마더 데레사의 삶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것은 마더 데레사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기도 했다. 그녀는 가난과 빈곤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발언 없이 오로지 자선에만 신경 썼다는 주장이었다.

영화에서도 사람들은 마더 데레사에게 그와 유사한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 그러나 마더 데레사는 어려운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 손을 잡는 것이며 그 단순한 사랑이 결국 세상을 바꾸고 만다는 것을 한치 의심 없이 믿고 평생 실천했다.

그 변함 없는 실천 앞에서 비판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영화 자체에 대한 비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 2005 오마이뉴스,  -

(김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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