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보도자료

[세계 병자의 날] 고통 이겨내는 병자, 사랑으로 돌보는 의료인, 봉사자(2007-02-11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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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7-02-08 ㅣ No.19

[세계 병자의 날] 고통 이겨내는 병자, 사랑으로 돌보는 의료인, 봉사자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주제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영성적ㆍ사목적 돌봄'이다. 세계 병자의 날은 병자들을 위로하고 고통의 의미를 묵상하면서 병자들을 돌보는 의료인과 봉사자들을 격려하는 날이다. 아울러 의료인과 사목자들이 병자들을 어떻게 영성적, 사목적으로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일깨우는 날이기도 하다.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병마의 고통을 신앙으로 이겨내고 있는 난치병 환자와 난치병ㆍ말기 환자들을 치유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는 의료인, 호스피스 봉사자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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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찾기/ 루게릭병 앓는 이원규씨]

 

 '몸이 안 움직여.'

 

 감각과 생각은 유리처럼 투명한데 몸은 시간이 갈수록 굳어간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뿐.

 

 그렇다. 이원규(아우구스티노, 47, 서울 신천동본당)씨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2004년 9월 5일자 제788호 참조).

 

 '수년 내 사망.'

 

 발병 원인도 치료법도 밝혀지지 않은 불치병. 운동신경세포가 퇴행하면서 근육이 위축돼 전신마비가 진행되고, 대개 발병 3~5년 안에 호흡기 계통 근육마저 파괴돼 결국 호흡장애로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 질병이다.

 

 2000년 1월 사형선고와도 같은 진단을 받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그 순간 이씨는 다짐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거야. 이대로 죽음을 기다릴 순 없어.'

 

 서울 신천동 이씨 집을 방문해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자 아내 이희엽(크리스티나, 41)씨가 다가 앉았다. 혀가 굳어 분명한 발음을 내지 못하는 남편 이야기를 통역해주기 위해서였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꿈을 버릴 수 없다'고 다짐한 이씨는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했다. 참고자료를 바닥에 펼쳐놓고 발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며 공부를 계속했고,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 하나로 컴퓨터 화상 키보드를 움직여 논문을 완성, 2004년 9월 박사학위를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또 '한국루게릭병연구소'(www.alsfree.org)를 운영하는 한편 자신의 투병기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를 발간해 같은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온갖 고통과 시련도 주님 은총이지요. 제 투병생활도 제 영혼을 구원해 주시려는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오롯이 주님께 봉헌합니다."

 

 난치병에 굴하지 않고 7년 넘게 '루게릭병'을 '이겨내고 있는' 이씨. 그의 해맑은 미소에서 고통의 그늘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준 아내와 가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내 이씨는 "남편이 하루아침에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총이요, 축복임을 깨달았다"며 "남편이 힘겨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줘 마음고생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날마다 부서지는 몸'에 갇혀있는 이씨는 24시간 돌봐줄 사람이 절실하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출근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혀 놓으면 퇴근할 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화장실도 갈 수 없다.

 

 그나마 본당 신자들이 찾아와 몇 시간씩 돌봐주지만, 루게릭병 같은 특수 질병 환자 돌보는 법을 잘 몰라 '전문 간병인'이 아쉬울 때도 많다.

 

 "난치병 환자들 투병을 가족들에게만 부담 지우기에는 너무 외롭고 고달픕니다. 정부와 사회로부터 외면당해 의지할 곳 없는 희귀 난치병 환자들이 신앙으로 고통을 극복하고 인간답게 살도록 보살피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는 교회 역할 아닐까요?"

 

 "주님이 제 미래와 가족을 지켜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는 이씨는 "이렇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신 것도 주님과 본당 신자들 기도 덕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서영호 기자

 


[끝까지 환자들 곁에서/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봉사단]

 

 "이곳이야말로 하느님의 집이에요. 환자분들, 가족분들, 의료진들 모두 천사니까요."

 

 "살아계신 주님을 느낄 수 있어요. 환자 한 분 한 분이 우리들에겐 예수님이거든요. 그건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축복이지요."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센터장 최상옥 수녀) 봉사단원들은 하나같이 하느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언제 닥칠 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축복과 은총 그리고 생명을 노래했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게 맞도록 돕고 가족들 슬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1982년 발족한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봉사단은 25년간을 한결같이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존재해왔다. 이 공로로 지난해 제23회 가톨릭대상(사랑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센터에는 봉사자 52명이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다. 환자들 말동무 돼주기, 목욕봉사, 침상정리, 상담 등이 이들 몫이다.

 

 때론 마음을 열지 못하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이들도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천사같은 미소와 행동 앞에선 무장해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황폐해진 이들에게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생명수와도 같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오히려 환자들에게서 생명의 기운을 얻는다고 말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환자들을 주님 품으로 보내는 봉사자들은 "환자분들이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며 편안히 눈을 감는 모습을 볼 때면 기운이 난다"면서 "이곳에 와서 얻어가는 것이 많아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10년째 호스피스센터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옥(안나)씨는 "하느님의 섭리, 이끄심과 같은 막연했던 신앙을 이곳에 오면서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다"며 "덕분에 욕심도 버릴 수 있었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보잘 것 없는 내 손길로 환자분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호스피스병동을 떠날 수가 없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박수정 기자 crystal@pbc.co.kr

 

 

[호스피스 확산에 헌신/이경식 박사(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한국 사회에서 이경식(바오로, 64, 가톨릭대의대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빼놓고 '호스피스'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981년 미국에서 귀국한 후 강남성모병원에 국내 최초로 호스피스 병동을 열어 지금까지 말기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으며, 한국 호스피스ㆍ완화의료학회를 창설하고 호스피스 확산과 법제화에 목청을 높여온 이가 바로 이 교수다. 「해처럼 빛나고」 등 6권의 호스피스 체험 수기를 통해 호스피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한단계 끌어올린 작가이기도 하다.

 

 "호스피스에 관심 갖고 투신하려는 의사가 거의 없습니다. 호스피스가 세속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활동이 아닌 데다가 단순한 진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낮추고 환자를 섬겨야 하는, 하나의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진료 행위가 환자라는 한 인간을 보기보다는 환자가 지닌 질병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호스피스 진료는 말기 환자의 고통에 동참하려는 마음가짐 없이는 불가능한 인술(仁術)"이라면서 말기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갖춰야할 가장 큰 덕목은 '겸손'과 '십자가를 마다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호스피스 담당 의사로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변화되는 자기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교감하면서 인간을 좀더 너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깊이가 생겼고, 죽음 앞에서는 부귀영화와 같은 세속적 가치가 아니라 하느님과 가족과 하나되는 사랑만이 참된 가치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호스피스 의사가 아니었으면 결코 배우기 힘든 귀하디 귀한 가르침이다.

 

 이 교수 소망은 더욱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병동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사회복지 차원에서 호스피스를 법제화함으로써 호스피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국민들도 호스피스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보험 수가로는 호스피스가 자리를 잡기 어렵습니다. 그리스도교 정신을 따르는 가톨릭계 병원이니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지, 일반 종합병원에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아 엄두를 못냅니다. 말기 환자들이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호스피스 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이 교수는 의사들이 한번은 꼭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해볼 것을 권했다. 환자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다녀간 의사들이 그러했다. 아울러 온 국민이 호스피스 법제화에 힘을 모아주길 거듭 요청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http://www.pbc.co.kr/news/view.php?id=spe&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osu&desc=desc&no=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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